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산업연구원은 원ㆍ엔 환율이 1% 떨어질 때마다 총수출액이 1조원씩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원ㆍ엔 환율 하락폭이 23%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3조원이 이미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수출기업의 피해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 수출의 선봉장 격이던 현대차마저 올해 미국 내 판매량 증가세가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판이다.
국가경제의 최일선에 서 있는 기업들은 이렇게 아우성을 치는데 새 정부는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내용을 봐도 그렇다. 13가지나 되는 지시사항 중 경제와 관련된 것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게 전부였다. 그나마도 '경제민주화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만을 제시했을 뿐 현재 기업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작금의 기업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새 정부에 시급히 바라는 것은 체감경기 회복과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라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다. 그러자면 복지와 성장의 두 바퀴가 조화롭게 굴러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기업들 입에서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이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