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IMF 구제금융 신청/미 금융가 “세계금융 안정 도움”

◎언론들 일제 긴급뉴스 보도/지원규모 500∼800억불 전망/한국물 투자 아직 변함없어【뉴욕=김인영 특파원】 한국 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뉴욕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국물에 대한 거래는 IMF 지원규모와 한국정부의 후속조치가 구체화될 때까지 관망하는 입장을 보였다. 다우존스 뉴스, 블룸버그 뉴스 등은 뉴욕 증권거래소가 열리기 직전, 한국 정부 소식을 투자자들에게 긴급 보도했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한국, 2백억 달러 구제금융 요청」, 「대선, 정치적지평 바꿀 것」, 「재벌의 균열」 등의 기사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관심을 보였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산업은행 10년 만기 글로벌 본드는 21일 개장과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 미재무부채권(T)+2.0%까지 떨어졌다가 하오에 약간 상승, T+2.3%로 마감했다. 산은 본드는 지난주초 정크본드 수준인 T+3.0%까지 치솟았다가, 전날 T+2.7% 수준에 거래됐는데, IMF 구제금융 요청과 동시에 스프레드(가산금리)가 2%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거래량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한국 기업의 DR(주식예탁증서)의 가격도 대폭 상승, 선경텔레콤은 14% 상승한 6달러, 포철은 8.4% 오른 16.75 달러에 거래됐다. 단기 자금시장인 CP(기업어음)에서 아직 한국물을 사겠다는 투자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관망하는 입장을 보였다. 미 최대 증권회사인 메릴린치사는 투자자들이 한국정부가 무슨 정책을 포기할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며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연말을 넘기는 CP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리만브라더스사는 구제금융의 금액이나 내용이 정확히 드러나면,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체이스맨해튼 은행은 다음주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계 CP들이 재발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가 딜러들의 최대 관심은 구제금융 금액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분석가들은 한국이 요청한 2백억 달러가 충분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5백억∼8백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지는 『IMF의 지원규모는 앞으로 협상될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6백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세계 두번째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에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방화벽』이라며 한국 정부의 IMF 구제금융 요청이 세계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동남아 및 홍콩·한국의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피난처로 인식됐던 미재무부 채권 금리(30년 만기)는 한국정부의 발표와 동시에 0.1%나 폭락했다가 다시 안정세를 되찾았다. 한국 금융위기가 수습되면 아시아 시장이 안정돼 미재무부채권에 대한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분석때문이었다. 뉴욕 증권시장의 다우존스 공업지수는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에 대한 기대로 전날보다 54.46 포인트 상승한 7천8백81.07에 폐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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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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