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독재치하 건축경향 집중조명/「비평건축」 4호

◎「히틀러서 박정희까지」 특집으로 꾸며/통치이념 실현 위해 기념비적 건축물 집착/기능·특성 관계없이 “위압적” 형태 공통점인간의 기본권이 가혹하게 탄압받던 독재치하에서 건축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3일 발행된 건축비평전문지(현실비평연구소) 「비평건축 4호」에서는 「히틀러 건축에서 박정희 건축까지」란 제목으로 독재정권이나 권위주의 정권 치하에서 건축경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며 이같은 건축은 인간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한 특집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독재정권에서 상징하는 어휘는 권위·위엄·암울함·질서정연한 통일성 등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비단 건축 뿐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사회·경제분야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비평건축은 『독재치하 건축물은 독재가 갖는 비인간성을 그대로 담아내며 특히 독재자들은 자신들의 통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기념비적 건축물을 짓는데 거의 광분하게 되고 이들 건축물은 대부분 거대하다』며 『독재자들이 자신들의 지배이념 구현을 위해 건축한 기념물들은 건축경향 전반을 주도하게 되고 모든 건축물들이 기능이나 특성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위압적이며 권위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독재나 파쇼치하에서 건축경향은 학계에서 꾸준히 연구돼온 분야다. 우리나라도 일제치하 해방기를 거쳐 남북분단과 수십년 동안 가혹한 권위주의 지배기간를 거쳤다. 이 시기 건축물은 문화예술 건축물마저도 대단히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히틀러 시대의 「트루스트 독일예술관」은 지금도 모든 건축적 요소가 거대하고 웅장하며 음울하다. 박정희 정권 시기는 물론이고 그 이후까지도 한국 건축경향은 역시 유사하다. 반공과 경제개발을 지배이데올로기로 내세우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온 국내의 권력자들도 자신들의 지배욕을 표현하는 쪽으로 건축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이 건축계의 평가다. 민간 건축까지도 이 경향에서 예외일 수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40년 가까운 권위주의 정권의 역사를 가졌으면서도 이에 대한 건축경향과 불합리성에 대한 연구가 매우 취약하다. 이번 「비평건축」에서는 『아직도 남아 있는 권위주의 건축의 잔재를 걷어내고 인간성을 기본으로 한 건축의 본래모습을 찾도록 건축계가 노력해야 할』이라고 밝히고 있다.<박영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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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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