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비비는 봄/일찍이/잔설의 틈 비집고 일어나/노란 등불 환히 켜들고/온 산야를 지천으로 밝히더니/한 때는/사월의 젊은 넋 뜬금없는 사랑으로 목이 타서/구성진 노랫가락 말갛게 길어 올리더니」(민들레를 노래함)현재 이화여고 교사로 있는 임완식 시인이 「바다에 내리는 비」(오감도刊)라는 제목의 시를 펴냈다. 그의 시는 인연과 무상의 공교로움에 던져지는 언어이다. 탄생이라는 그 어여쁜 축복 뒤에 따라오는 무로의 회귀. 시인은 잔설을 비집고 일어나 사월의 젊은 넋으로 살아있던 민들레가 언제부터인가 「다음 생의 한 자락 여린 꿈/뿌리내릴 한 줌 인연 찾아/바람 타고 허허로이 떠나려 하네」라고 노래한다.
세상의 이치를 배우면서 하나 하나의 생명을 경배하는 임완숙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한 사람이 슬프면/한 세상이 슬프다/한 사람이 기쁘면/한 세상이 기쁘다」(한 사람이 슬프면)
시인은 소멸과 상실에 헌사를 던지면서도 짐짓 생명을 끌어안는 애정을 보여준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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