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부실채권시장 외국사 눈독

일부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 부실채권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은행들은 지금까지 기업부도에 따라 부실화된 채권을 국내 유일의 전담기관인 성업공사에 매각해왔으나 외국계 금융사들의 참여에 따라 부실채권 투자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일부 외국계 금융사가 국내 은행들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을 매입하겠다며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은행들은 부실채권 처리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된다면 협상을 통해 지금보다 비싼 값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가 국내 부실채권 시장에 이처럼 관심을 보이는 것은 우리 경제의 회생 속도에 따라 부실채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은행으로부터 헐값에 부실채권을 인수했다가 이를 상품으로 구성, 투자자들에게 팔거나 직접 가지고 있다가 경기가 좋아진 뒤 채무자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받을 수 있다는 투자전략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부실채권이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은지 오래다. 게다가 우리 경제가 급격히 닥쳐온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급속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외국 금융사들의 구미를 돋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국내 은행과 합작법인을 설립, 부실채권을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하거나 부실자산을 담보로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실채권 투자시장에 진출키로 하고 은행들과 접촉중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대형 시중은행들을 차례로 방문, 『성업공사에 넘길만한 부실채권을 대신 사주겠다』며 성업공사에 넘길 경우의 가격조건 및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 등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금융당국과의 사전접촉을 통해 외국사도 국내 부실채권 인수 및 매각사업을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져 이 회사의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론스타펀드 등 외국계 금융사가 성업공사로부터 부실채권을 사들인 적은 있지만 외국사가 성업공사를 거치지 않고 은행을 상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건스탠리 외에도 론스타펀드를 비롯한 외국 금융사로부터 비슷한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이들이 성업공사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매각을 적극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성업공사는 은행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인수할 때 담보가 잡혀있는 여신은 45%, 무담보여신은 3%의 가격에 사들이고 있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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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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