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경그룹:3/폴리에스터 필름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36만평 부지 1불에 매입/공단 탈바꿈 “힘찬 삽질”/현지 주정부도 “투자 성공 기원” 각종세 유예혜택/2005년 완공땐 남미·유럽공략 「전초기지」 역할/“상표경쟁력 제고통해 세계시장 30% 점령” 포부96년 하계올림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가 미국 조지아주 아틀랜타다. 이 곳에서 동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곳에는 인구 2만5천명의 작은 도시인 커빙턴시가 있다. 시내 입구에 들어서면 평화롭고 살기 좋은 미국의 전형적인 소도시라는 인상이 들 정도로 친근감을 준다. 하지만 시내 중심가에 가까이 갈수록 시 전체가 새로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 도로가 정비되거나 확장되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는 등 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가롭기만 하던 이 조그만 도시전체가 잔치집 마냥 들뜨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초 부터다. 커빙턴시가 탄생한 이래 최대 규모의 외부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 주역은 바로 한국의 업체다. 선경그룹의 주력업체인 SKC. 이 회사는 커빙턴시에 오는 2005년까지 모두 15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10만톤에 이르는 대규모 폴리에스터 필름 공장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SKC는 세계 폴리에스터 필름 시장의 점유율을 30%로 높여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SKC는 1단계로 뉴튼 카운티지역에 2억5천만달러를 투입해 연간 4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중이다. 완공시기는 오는 98년말로 잡혀있다. 이 곳에서 기획분야를 맡고 최주렬 차장은 『커빙턴 프로젝트는 SKC, 나아가 선경그룹 전체의 세계화 성패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세계 최대시장에서 초일류기업과 싸워 이겨야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SKC는 세계 폴리에스터필름 시장에서 독일과 일본의 합작사인 HDC와 듀퐁, 일본 도레이사 등과 치열한 선두타툼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키로 결정한 요인 가운데 하나도 이들 경쟁업체들이 이미 미국시장에 뛰어들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 파견나온 직원들은 아직 공사초기이기 때문에 모든게 힘들지만 한단계, 한단계 공사가 마무리될 때마다 「세계정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그룹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부담감은 크지만 그만큼 지원도 아끼지 않아 어려움이 없을 뿐 아니라 사명감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한다. 뉴튼 카운티에 위치한 공장부지는 총 3백80에이커(46만5천평). 아직 공사초기여서 공장의 위용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 광활한 부지에는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선경인들의 모습에서는 「이 넓은 땅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쏟아야 할까.」하는 생각으로 존경심이 솟아난다. SKC가 커빙턴에 공장을 건설키로 결정하게 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최차장은 『커빙턴시가 아틀랜타와 입접해 있어 산업설비에 필요한 각종 사회간접자본의 잘 갖춰져 있을 뿐만아니라 우수한 노동력도 풍부하다』며 『무엇보다 조지아주 정부가 앞으로 10년동안 각종 세금을 유예해 주기로 하는 등 많은 혜택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지아주 정부는 전체부지 3백80에이커 가운데 6백만달러에 상당하는 3백에이커(36만평)의 공장부지를 단 돈 1달러에 매각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그야말로 주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인 것이다. 지난해 4월 공장투자조인식에는 젤 밀러 주지사가 참석하는 등 조지아주 전체가 축제분위기였다. SKC 공장유치에서 조지아주 창구역할을 했던 팀 에반스(프로젝트 매니저)는 『SKC 공장을 커빙턴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은 커빙턴시는 물론 조지아주 전체의 영광』이라며 『이 공장이 성공적으로 가동되도록 세제 등 가능한 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SKC는 커빙턴 공장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다는 의미외에 SKC 브랜드의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미국에 생산기지를 둠으로써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인 약점으로 꼽혔던 상표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SKC는 그동안 품질과 가격경쟁력, 기술력 등에서는 경쟁업체에 뒤질게 없었지만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뒤졌던게 사실이다. 커빙턴공장이 완공돼 제품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SKC는 아무 제한없이 「메이드 인 USA」라는 마크를 달고 세계 어느 곳에나 뛰어들 수 있게 될 것이다. SKC는 특히 커빙턴 공장을 남미와 유럽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투자조인식에서 SKC 관계자가 『이번 투자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 반덩핑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한 생산거점 현지화전략의 일환이다』며 『앞으로는 고생스럽게 수출해 놓고도 덤핑시비에 휘말려 이미지를 훼손당해온 시행착오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었다. SKC는 커빙턴 공장건설을 계기로 21세기 세계화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세계 폴리에스터 필름업계에서 단 하나뿐인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제 막 출발한 SKC의 커빙턴프로젝트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지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있는 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커빙턴(미)=임석훈> ◎인터뷰/카르도자 조지아주 산업무역관광성 장관/“항만·공항시설 잘 갖춰 수송유리… 한국기업 적극진출 바라” 미국은 주정부마다 외국업체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각주마다 세제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동남부에 위치한 조지아주도 예외가 아니다. 투자기업에 세제상 혜택을 주거나 무료로 직원교육을 실시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조지아 주정부에서 외국기업들의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무역관광성의 랜돌프 카르도자 장관을 만났다. ­다른 주에 비해 조지아주가 투자에 유리하다고 내세울 수 있는 점은. ▲조지아주는 미국 남동부지역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공항, 항만시설등이 잘 갖춰져 있어 세계시장으로의 상품수송이 유리하다. 특히 유럽과 남미지역으로의 수출이 유리하다. 세제 등 각종 투자유인요소가 다른 주에 비해 다양하고 유리한 것은 물론이다. 주정부는 최고의 사업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시설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치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지. ▲국적이나 업종에 대한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투자하고 싶은 업체는 모두 환영한다. 특히 신기술을 보유하거나 조지아주의 기후나 환경보전에 적합한 기업이면 더욱 좋다. 다만 환경문제를 일으키거나 경영진의 신념이 확고하지 않은 기업의 투자는 원치 않는다. 장기적인 비전이 없고 경영진의 의지가 없는 기업은 사소한 문제로 쉽게 철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주정부의 투자유치전략은. ▲지난 73년부터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홍보를 시작했는데 현재 주정부의 현지 사무소가 일본과 유럽 등에 나가 있다. 한국에도 지난 85년 사무소를 설립했다. 나라별로는 일본업체가 3백50여개사로 가장 많다. 업종은 은행, 제조업체, 용역업체 등 다양하다. ­SKC외에 한국기업 가운데 투자유치를 위해 접촉중인 업체가 있나. ▲여러업체와 접촉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밝힐 단계가 아니다. SKC의 투자발표를 계기로 한국업체들이 조지아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정부 예산문제 등으로 아직 뚜렷한 홍보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있으면 그때마다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투자에 관심있는 한국기업들은 누구나 환영을 받을 것이다. ­한국기업을 유치하는데 어려운 점은. ▲초기에는 정부가 기업의 해외진출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차츰 여러가지 규제가 풀리고 완화되는 등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다만 최근들어 한국정부가 경제사정을 들어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다시 억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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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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