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년전 약속 지킨 시진핑… 서울대에 도서 1만권 기증

"探索眞理 追求光明"

일본전범 자백서 모음 루쉰 전집 등 시주석 일일이 리스트 확인 결재 후문

"탐색진리 추구광명(探索眞理 追求光明·진리를 탐구하고 광명을 추구하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한 동안 서울대에서 강연하기에 앞서 방명록에 쓴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1일 서울대생에게 1만권의 서적을 기증했다. 1년 만에 서적 기증 약속을 지킨 것이다.

서울대와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서울대에서 '시진핑 주석 도서 기증식'을 가졌다. 자료 기증은 본래 지난해 말로 예정돼 있었으나 시 주석 측에서 책 선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해 당초보다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서의 주제·분류 등부터 최종적으로 어떤 책을 선정할지 중국 국가주석실, 외교부, 중국대사관이 끊임없이 협의를 진행했다는 게 서울대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선정된 도서 9,297권과 영상자료 755점에 대해 시 주석이 일일이 리스트를 확인한 뒤 최종 결재했다는 후문이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외국 정상이 직접 선정한 도서를 국내 대학 도서관에 기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시 주석을 대리해 전달한 도서와 자료 리스트인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한국 서울대학교 기증도서 및 동영상 자료 명세'를 전달했는데 그 명세는 길이 70㎝, 두께 8㎝의 금빛으로 치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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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을 기울여 선정된 책에는 11권에 달하는 '일본 군국주의 침략 만행 자료집:일본 전범 자백서 모음'도 있었다. 이 자료집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기증목록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추 대사도 서울대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중국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고통을 받았고 이에 대항해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며 "올해는 반파시즘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한반도 광복 70주년으로 역사적으로 특별한 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국가적 스승으로 추앙받는 루쉰 전집(총 18권)을 비롯해 현대의 중국 기반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중국 문화·사상·역사·법 관련 전집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 자금성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연구하는 데 필수자료인 총서도 포함됐다. 9,297번에 해당하는 마지막 책은 '중문·한문 대조 논어'로 중국어와 한국어가 함께 표기된 논어를 배치하는 등 배열에도 신경을 썼다. 정종호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장은 "전반적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귀중한 자료들이 포함돼 있다"며 "분야를 정할 때 인문·사회과학·공학 등으로 분류해 포커스를 뒀는데 시 주석이 공학도인 만큼 공학 분야 자료들도 선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이날 강연에서 '중한관계의 최근 성과와 중국 국내외 정책'을 주제로 '4대 전면' '일대일로' '아시아 신안보관'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을 두고 중국을 알리는 데 힘썼다. 특히 '중국과 한국은 전략적 동반자'라는 관점에서 "현재 중일관계·한일관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한관계를 잘 발전시킴으로써 일본과의 관계도 발전시킬 수 있다"며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시 주석이 남긴 '탐색진리 추구광명'이라는 말은 서울대 로고 안에 새겨진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교훈과 조응한다"며 "진리탐구와 인재 양성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자료를 널리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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