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 최대의 온라인 레고 직거래 장터 '브릭링크'를 인수한 김정주(45ㆍ사진) 엔엑스씨(NXC) 대표가 이번에는 컴퓨터 박물관을 제주도에 만들었다. "지난 30년간 컴퓨터가 어떻게 삶과 세상을 바꿨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지를 박물관에 담으려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5년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한 김 대표는 8일 제주시 한림읍 라온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소개했다. 그는 "제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컴퓨터 관련학과가 없었다"며 "전자계산기공학과에 입학해 3학년 때 생긴 컴퓨터공학과로 졸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물관을 준비하면서 찾아본 컴퓨터들은 70~8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지난 30년간 컴퓨터가 TV만큼 흔해졌지만 5년만 늦었어도 과거의 컴퓨터들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컴퓨터를 모닝커피에 비유하는 김 대표는 오랫동안 시대 변화에 따라 사라져 간 컴퓨터와 게임기를 수집해왔다. 레고 직거래 장터 '브릭링크'도 그의 수집가 기질이 투영된 결과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애플의 최초 컴퓨터 '애플 원'은 지난해 김 대표가 소더비 경매에서 직접 낙찰 받아 영구임대 형식으로 기증한 것이다.
이달 말 문을 여는 박물관에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게임 등 소프트웨어들도 전시된다. 그 일환으로 김 대표는 넥슨이 1996년 처음 내놓은 이래 지금까지 서비스해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분야 기네스북에 오른 '바람의 나라'의 첫 버전도 내년까지 복원할 계획이다. 복원 작업에는 김 대표 외에도 바람의 나라 개발을 주도한 송재경 XL게임즈 대표와 서민 넥슨 대표,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 김영규 넥스토릭 대표 등이 협력할 예정이다. 그는 "바람의 나라 초창기 모습은 온라인 게임의 초창기 모습"이라며 "바람의 나라 복원은 온라인 세상을 보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갤러그를 비롯한 해외의 다른 아케이드(오락실용) 게임들도 오리지널 기판을 복원해 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지난 4년간 약 15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 전문 박물관이다. 지상 3층, 지하1층, 연면적 2,445m² 규모로 '애플 원'을 포함한 약 4,000여점의 소장품 중 1,80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1층 전시관은 마더보드를 신체 사이즈로 재현한 공간으로 컴퓨터 발달의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2층과 3층에서는 1970년대 게임의 출발을 알린 슈팅게임과 1980년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컴퓨터들을 가까이 보고 직접 이용해 볼 수 있다. 특별전시관으로 꾸려진 지하 1층에서는 1980~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아케이드 게임기가 전시된다. 전시물은 1년 주기로 교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