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의 연이은 연말정산 정보 입력 오류로 연말정산시스템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일부 카드사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소득공제 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는 등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금융당국이 전체 카드사에 점검을 지시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응당 받아야 할 혜택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해마다 연말정산 범위와 기준이 변화하는 동시에 세분화하고 있어 이 같은 실수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는 결국 납세자들의 몫이다. 사실상의 증세와 다름없는 연말 정산을 겪은 납세자들은 유례없는 연말 정산 재산정과 소급 적용 소동에 이어 카드사들의 오류로 이미 제출한 연말정산 서류를 재발급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허점으로 가득한 정부의 연말정산 시스템이 납세자들의 불편과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잇따른 카드사들의 연말정산 오류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시스템에 카드사가 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연말정산 간소화 시스템은 국세청이 소득공제 대상 가맹점과 코드 목록을 카드사에 넘기면 카드사는 이 목록을 가지고 고객이 결제한 가맹점을 분류해 국세청에 제출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 사이에서 오류가 발생한 원인은 카드사가 입력을 잘못했거나 카드사에 공급된 국세청의 원자료 자체가 틀린 것,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삼성·하나·BC카드의 경우 카드사가 입력을 잘못한 사례다. 이들 카드사가 공통적으로 빠트린 6개 고속버스가맹점은 기존에 대중교통 소득공제 대상으로 분류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이들 가맹점의 분류 코드가 바뀌면서 카드사들이 '일반 결제액'으로 잘못 분류해 국세청에 신고한 것이다. 삼성카드가 누락한 폰세이브 서비스 사용액 416억원도 마찬가지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통신비는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폰세이브 서비스 가맹점인 SK텔레콤은 기존에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돼 있었다"며 "폰세이브 서비스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한 것을 바꾸지 않아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카드사들의 전통시장 사용금액 관련 민원은 카드사가 제공 받은 원자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 위주인 전통시장에서는 폐업과 이전이 잦은데 1년 동안 일어난 변동 사항이 자료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경우 지자체에서 소득공제 대상 업체 자료를 제공하는데 이 자료에 지난 1년간의 변화가 적용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오류는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국세청 연말정산 시스템에 반영됐다. 설령 금융사가 정보를 잘못 제공한 것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처벌 규칙도 없다. 금융사의 연말정산 간소화 시스템 정보 제공은 필수 업무가 아닌 '협조'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금융사의 연말정산 자료 제출과 관련한 책임이나 조세 및 금융당국의 감독이 허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말재정산부터 카드사 오류까지 연말정산 관련 소동이 한꺼번에 겹치며 납세자들의 불신 지수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