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클래식 무대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이 수놓을 전망이다.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세계적인 마에스트로가 명문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또 미국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와 러시아의 마린스키 발레단,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등 해외 유명 발레단이 잇달아 내한 공연을 펼친다.
◇세계적 오케스트라 한국 러시=올해 우리나라에선 금세기 최고의 지휘자들이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친다. 악보를 한 번만 봐도 기억한다는 천재 지휘자 로린 마젤은 9살의 나이에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인간적이면서도 유머 감각이 넘치는 마젤은 2002~2009년 7년 동안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약했다. 4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영국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말러 교향곡 1번과 5번을 들려준다.
유대인 성악가였던 어머니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지켜낸 일화로 유명한 라트비아 출신의 마리스 얀손스도 한국을 찾는다. 그는 1996년 4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마지막 소절을 지휘하다 심장마비를 일으켰지만 지휘봉을 놓지 않았던 일화로도 클래식 팬들에게 각인돼 있다. 삶의 큰 시련을 이겨낸 만큼 그의 음악은 깊고도 진실하며 따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는 11월 20~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랜 전통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찾아온다. 얀손스는 지난 2003년부터 수석 지휘자로 호흡을 맞춰온 이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교향곡 2ㆍ3ㆍ6ㆍ7번을 차례로 들려준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도 2월 21~22일 예술의전당에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로열콘세르트허바우를 지휘한다. 지난 해 방한해 완벽한 연주로 한국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로열콘세르트허바우는 이번에 브람스 교향곡 2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협연 김선욱),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재닌 얀센) 등을 연주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1996년부터 마린스키극장 총감독을 맡아온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올해 두 번이나 한국을 찾는다. 먼저 2월 27~28일 예술의전당에서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협연 데니스 마추예프),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협연 사라장) 등을 들려준다. 두 번째 내한 공연(11월 6~7일 예술의전당)에서는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예정이다.
러시아 역사상 첫 민간 오케스트라로 2008년 '그라모폰' 선정 월드베스트 15위에 오른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러시아 최고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손꼽히는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호흡을 맞춰 오는 6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플레트네프의 지휘인 만큼 클래식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데 아직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미정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지휘자와 협연자들이 함께하는 서울시향의 올해 공연 스케줄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 BBC 심포니 음악감독 등을 역임한 레너드 슬래트킨이 2월 3일 프로코피예프의 칸타타 '알렉산드르 넵스키'를, 러시아 음악의 전설적 인물 겐나지 로제스트벤스키가 2월 29일 쇼스타코비치 대작 8번 교향곡을 지휘한다. 29일 공연에는 지휘자 예후디 메뉴인이 생전에 '당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평가한 사샤 로제스트벤스키가 글라주노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클래식계 별들의 향연=가장 대중적이면서 영향력 있는 첼리스트로 알려진 요요마는 파리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으로, 6살에 데뷔해 50여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연주자다. 그는 실크로드 앙상블과 함께 오는 3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파가니니의 환생'으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는 10월 16~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서 비발디의 '사계'로 관객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루마니아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도 11월 17일과 19일 첫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지난 해 일본 공연 중 건강 문제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를 취소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올해 한국 무대를 다시 노크한다. '은둔형 천재'란 별명을 갖고 있는 라두 루푸는 첫날인 11월 17일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와 네 개의 즉흥곡, 16개 독일 춤곡을, 19일에는 지휘자 쿤테 헤르빅과 협주곡을 연주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스타들도 대거 무대에 올라 풍성한 선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지난 해 유럽 활동에 주력하며 국내에선 휴식기를 가졌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묵직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온다. 3월, 6월, 9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4회로 나눠 연주한다.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는 오는 12월 바르토크(헝가리 국민주의 음악을 완성한 최고의 현대 작곡가)를 주제로 농익은 연주를 선사하며 올해로 국내 무대 데뷔 10주년인 피아니스트 임동혁는 2월초 전국 투어에 나서 2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2월 말 발레리 게리기예프가 이끄는 런던심포니 내한 공연을 함께 하며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5월 말 아카데미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와 협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은 6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내한할 거장 파보 예르비의 무대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바이올린 선율을 녹여낸다.
◇해외 유명 발레단 공연 풍성=올해는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발레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어서 발레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수석 무용수로 있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오는 6월 15~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라 '까멜리아 레이디'를 국내 발레 팬들에게 선보인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의 발레 버전인 '카멜리아 레이디'는 강수진에게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 영예를 동양인 최초로 안겨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강수진은 내한 공연에서 주역으로 무대에 선다.
미국 발레의 자존심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는 낭만 발레의 대명사 '지젤'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1939년 창단된 ABT는 화려한 테크닉과 예술성, 대중성을 겸비한 발레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ABT에서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서희가 오는 7월 18~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
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러시아 발레를 대표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은 11월 11~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안나 파블로바, 미하일 포킨, 바슬라프 니진스키 등 전설적인 무용수가 거쳐 간 마린스키 발레단은 프랑스에서 들여온 발레를 19∼20세기 화려하게 꽃피워 러시아를 세계 발레의 요람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