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시절부터 독서량이 많기로 유명했던 강경식 부총리는 정부를 떠난 이후에도 경제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언론 기고를 통해 자주 견해를 밝히곤 했다.특히 그가 집중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던 지난 89∼92년은 물가 불안, 국제수지 악화, 부동산 투기붐, 노사분규 등 최근 우리 경제의 각종 증후군이 부분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강부총리의 「경제 소신」은 과연 무엇인지 당시 신문·잡지에 기고한 내용을 통해 정리해 본다. 그가 주장한 각종 아이디어가 앞으로 어떻게 정부시책에 접목되고 구현될 지 관심거리다.
◎고통분담 없이는 물가안정 없다
인기는 없지만 「안된다」는 말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비밀열쇠다. 정부당국, 기업, 국민할 것 없이 엄청난 고통을 견뎌내야 비로소 물가안정이 이룩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 원인중의 하나는 그동안 각계각층의 「자기 몫 챙기기」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어려워진 경제는 「희생의 자기 몫」 부담없이는 바로잡을 수 없다.
선거가 줄줄이 이어진 시기에 「고통감내 정책」을 펴기란 죽기보다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서울경제신문 91년 11월24일>
◎경제는 도덕이 아니다
부동산투기로 떼돈을 벌게되는 루트를 근원적으로 봉쇄하지 않고 그저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결과만을 가지고 돌팔매를 던지는 일에 열중하는 대책이 돼선 안된다. 돈벌이가 되는 일을 도덕적이나 당위론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한다고 해서 재갈을 물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다. 모든 사람이 성인군자인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이해를 다스려 가는 일에 대해 채찍과 당근 방식의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빈틈없이 시행해 나가야만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부산2020 90년 7·8월호>
◎거품경제 환상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
그동안 손쉽게 돈버는 일이 비정상이었고 우리의 씀씀이가 과소비였다는 사실, 외제선호로 대변되는 과소비는 일부 계층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사실, 경기침체는 경제의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어야하는 금단현상같은 고통이 뒤따른다는 사실, 이 고통을 적당히 피하고자 하면 병이 심화되어 결국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직시해 정면 대응치 않는다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키 어렵고 우리 경제의 앞날도 밝을 수 없다.<중앙경제신문 91년 1월3일>
◎경제운용 탈정치화가 절실하다
차기 대통령이 맡아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경제원칙에 따라 경제가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외적인 정치 입김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경제운영의 탈정치화야말로 민주주의 경제의 핵심이다. 기업인들에게 최소한 다른나라 기업들이 누리는 조건정도는 만들어줘야 한다. 이는 시급하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차기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은 경제전문지식을 좀 더 알고 모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관성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능력과 확신이다.<세계와 나 92년 7월 인터뷰>
◎경제민주화 「밥그릇 나누기」 아니다
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러나 고루 잘사는 사회란 공산주의식의 「철의 밥그릇」을 나누어주는 것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것은 자기가 남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 대가 만큼 자신이 받을 수 있을 때, 그런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질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치민주화에 발맞추어 「경제민주화」가 추진돼야 한다면서 농어촌 부채탕감, 추곡수매가와 임금의 대폭 인상 등으로 이제까지 희생한 대가를 보상받는 것이 민주화의 내용인듯 오도해선 안된다.<부산2020 89년 6·7월호>
◎금융산업 「빅뱅」적 개혁 필요하다
금융의 대외개방에 앞서 국내적으로 먼저 「개방화」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국내 금융기관간에 처있는 여러 장벽을 허물어버리고 경쟁을 촉진하는 일대 정책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관치」의 장벽부터 허물어가야 한다. 금융기관을 운영하는 편에서가 아니라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고객의 이익과 편익을 중심에 둔 「빅뱅」적인 개혁이어야 한다.<상호신용금고 92년 8월><유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