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젠 패션코리아 시대] <5> 패션강국 선도하려면

기업이 디자이너 육성… K패션 인큐베이터 역할해야<br>제일모직, 디자인 펀드 운영… 글로벌 스타 두리정 키워내<br>코오롱도 전문가 양성 활발<br>대기업·민간 재단 적극 참여… 멀리 보고 인재 발굴 투자를



한국이 맘 먹고 키운 디자이너 엄청나네
[이젠 패션코리아 시대] 패션강국 선도하려면기업이 디자이너 육성… K패션 인큐베이터 역할해야제일모직, 디자인 펀드 운영… 글로벌 스타 두리정 키워내코오롱도 전문가 양성 활발대기업·민간 재단 적극 참여… 멀리 보고 인재 발굴 투자를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지난 2011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국빈만찬. 이날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입고 나타난 우아한 보라색 드레스는 세련미와 관능미를 함께 갖춰 세계인의 이목을 끌며 화제가 됐다. 주인공보다 더 화려하게 등장했던 그 드레스를 만든 이는 다름아닌 한국계 미국 디자이너인 두리 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비욘세, 패리스 힐튼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등에 업고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스타 디자이너로 떠오는 두리 정을 키워낸 곳이 다름아닌 제일모직이었다는 점이다. 한국 패션의 글로벌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학계 및 업계에서는 이처럼 디자이너를 지원ㆍ육성하는 재단과 체계적인 시스템 등이 더 다양하게 조성돼야 패션 코리아 시대를 활짝 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당장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두영 수원대 디자인과 겸임교수는 "세계적인 일본 디자이너들도 정부와 기업 등의 공조로 탄생한 글로벌 스타"라며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부 주도보다는 기업 등 민간단체와 재단 등을 통해 디자이너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영 숙명여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한국 패션산업 발전과 디자이너 양성을 위해 국내 패션기업이나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들의 참여가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스타 디자이너 쏟아낸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제일모직은 2005년부터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 후원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운영해왔다. 기업이 직접 신진 디자이너 후원 펀드를 조성한 것은 제일모직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수상자에게는 창작활동 장려를 위한 후원금 10만달러와 함께 대내외 홍보를 비롯한 전문적인 후원과 투자가 지원된다.

SFDF가 만들어질 당시 한국 패션업계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한국 패션의 국제적 위상은 매우 낮아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디자이너 육성이 절실했다. 기업이 유망 디자이너를 조건 없이 후원하는 공익 프로젝트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으로 제일모직 측은 순수하게 한국이 패션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며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SFDF가 디자이너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SFDF 1회 수상자인 두리 정은 수상 후 한달 만에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발표한 2006년 주목 받게 될 인물 100위에 들어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신인 디자이너상을 거머쥐며 일약 루키로 떠올랐다.


일회성 후원금 지급에 그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SFDF는 두리 정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더 유명한 남성복 디자이너 정욱준, 스티브J&요니P, 최유돈, 최철용 등과 같은 디자인 인재를 발굴해냈다. 지난해 SFDF 2회 연속 수상자인 최유돈 디자이너는 "나 같은 신진에게 10만달러의 후원금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신감과 여유를 줬다"며 "지난 1년간 소재의 품질을 높이고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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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은 또 지난해 처음 SFDF 장학금을 신설하고 국내 패션 명문학교인 SADI와 뉴욕 파슨스스쿨,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 1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신진 디자이너뿐 아니라 전도 유망한 패션학도에게까지 지원을 확대해 인재육성을 통한 미래 글로벌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실천한 것이다.

◇한국 패션맨들의 인큐베이터 FIK=제일모직의 SFDF가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한 시스템이라면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FIK(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ㆍFashion Institute of KOLON)는 국내 패션 비즈니스 종사자를 키우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패션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패션교육기관으로 뉴욕의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와 같은 인재양성소로 통한다.

FIK는 철저히 현장 중심의 실무로 교육과 현업의 격차를 줄이고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의 재교육을 담당하면서 패션산업계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배출해왔다. 다시 말해 FIK를 졸업하면 패션 현장에서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1989년 3월 설립된 후 지난해까지 2,600명의 졸업자가 국내외 패션산업의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코오롱 관계자는 "패션기업에 재직하면서 직무교육을 수료한 패션인들도 1만2,000명에 달해 국내의 웬만한 패션 기업에서 FIK를 거치지 않은 인재가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FIK 교육과정은 정규 과정, 실무자 과정, 기업체 위탁교육으로 나뉘어 있다. 정규 과정은 기업에서 원하는 창의적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패션 전문인 육성을 목적으로 하며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선발과정부터 엄격한 평가를 통해 정원제 입학을 실시한다. 패션디자인 학과, 패션머청다이징 학과, 비주얼머천다이징 학과, 테크니컬패션디자인 학과로 분류돼 있으며 학생과 기업체 간 산학연계 프로젝트나 인터십ㆍ채용 같은 실무 교류도 활발하다.

실무자 과정은 이미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실무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업계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축적된 실무경험과 노하우를 교육한다. 패션MD, 영업MD, 바잉MD, 테크니컬 패션디자인 등 14개 과정이 직무별로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특히 FIK는 교육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 지정 섬유패션전문 교육기관으로 승인돼 2010년부터 중소기업을 위한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컨소시엄 참여업체에는 정부 지원이 적용돼 교육비의 70% 내외로 할인된 우대교육비로 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고 FIK 측은 전했다.

이규한 FIK 원장은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위해 혁신적으로 차별화된 다양한 커리큘럼을 준비하는 등 꾸준히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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