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기업, 글로벌 증시서 찬밥

분식회계 파문에 주가 급락·상장폐지 잇따라<br>철수 후 본토·홍콩으로 돌아와 재상장 추진


중국 기업들이 덩치는 커졌지만 뉴욕ㆍ런던 등 글로벌 증시무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불거진 일부 중국 기업들의 분식회계 파문 이후 다른 중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마저 차가워진 탓이다. 주가부진에 시달리는 일부 기업들은 팍팍한 해외시장을 떠나 '홈그라운드'인 상하이나 홍콩증시로 돌아가 재상장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부터 미 기업공개(IPO)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국 기업들의 주가부진이 이어지자 일부 기업들은 본토나 홍콩증시에 재상장하기 위해 미국에서 짐을 싸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를 계획하거나 철수절차를 마친 중국 기업은 샨다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차이나그린테크코퍼레이션ㆍ아시아인포링크에이지 등 12곳에 이른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미 증시에 진출했으나 주가가 저조한 흐름을 지속하자 굳이 미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철수에 나서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해 미국증시에 중국 기업들이 상장된 후 폐지된 주식가치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규모를 능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미국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중국 기업의 주식가치는 35억달러"라며 "같은 기간 IPO 실시 후 중국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규모는 22억달러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해 4·4분기에는 IPO를 실시한 중국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은 물론 런던 등 다른 해외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는 거둬지지 않고 있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본토의 상장절차가 밀리자 대안으로 런던증시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회계 투명성 등 거버넌스(지배구조) 기준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면서 적잖이 애를 먹고 있다.


시장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런던의 대체거래시장(AIM)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광산업체 REG 등 일부 기업들은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영국인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필요조건 이상의 내부통제 장치를 갖추는 등 투자자의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 도쿄지검이 이례적으로 중국 기업의 우회상장 사례를 적발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런던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런던시장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많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영국 투자자들의 우려가 워낙 큰 만큼 IPO를 위해서는 거버넌스 강화에 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해외증시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중국 기업들 가운데는 시장에서 철수해 중국 본토나 홍콩증시에서 재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중국 기업이 글로벌 IPO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시가총액 규모에서는 상위권을 형성했지만 대부분의 글로벌 증시에서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진국 증시에서 실패한 이들 기업이 홍콩 등으로 돌아가도 실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폴헤이스팅스파트너의 크리스 베츠는 "해외증시에서 철수한 일부 기업들은 홍콩 증시 재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주가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철수한 기업들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장소만 홍콩으로 바꾼다고 해서 실적이 나아질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문승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