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개교 이래 외국인 유학생으로는 첫 수석 졸업자인 덩원칭(25ㆍ사진)씨는 19일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09년 이 학교 경영학부에 입학한 덩씨는 전 학년 평점평균 4.23점(4.5점 만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올해 후기 졸업생 136명 가운데 수석을 차지, 22일 후기 학위 수여식에서 이사장상을 받는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ㆍ여동생과 살던 덩씨는 2008년 한국을 처음 찾았다. 2007년 웨이하이를 휩쓴 태풍으로 농사를 완전히 망치면서 가족이 빚더미에 올라앉는 바람에 돈을 벌어야 했다.
덩씨는 동원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고깃집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몸은 고됐지만 말이 안 통하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돈벌이였다.
막상 언어를 배우다 보니 공부가 간절히 하고 싶어졌다. 그의 부모는 "정말 하고 싶으면 해라. 돈 벌어서 보내주겠다"며 딸을 응원했다.
그는 "'하느님이 네게 문을 닫으면 창문을 열어놓은 것이니 그 창문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며 "노력하면 길은 열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덩씨는 이듬해 가을 성공회대에 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했다. 꿈에 그리던 대학에 다니게 된 등씨는 모든 공부와 학교생활이 그저 즐거웠다고 한다. 덩씨는 외국인이 겪는 소외감과 언어 문제에도 굴하지 않고 학업에 매진해 결국 모든 학기 장학금을 받았다.
그에게는 한국 생활에서 잊지 못할 또 다른 '가족'이 있다. 동원대 어학당에서 만난 '박 선생님'과 아르바이트를 한 호프집 사장이다.
박 선생은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덩씨를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고 필요한 물건을 사주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호프집 사장은 덩씨를 딸처럼 여겨 늘 식사를 같이하는 등 살뜰히 챙겨줬다고 한다. 덩씨는 "좋은 인연을 만난 것이 가장 행복하다"며 "이런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내가 그만큼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덩씨는 현재 중앙대 경영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대학원을 마치고 취업해 현장 경험을 쌓다가 고향으로 돌아가 교수가 되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