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곳 매물로… 대부분 이전계획/임대료 높고 가격경쟁력도 잃어「약을 반값 정도로 싸게 살 수 있는 대형약국거리의 대명사」인 종로 5∼6가 일대의 대형약국 시대가 저물고 있다.
종로 기영약국 등 7개소가 이달중 폐업할 예정이고 현재 40여개 대형약국의 60%가 매물로 나와 있어 연말이면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일 종로구보건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주인이 절반 정도 바뀌었고 올들어서만도 대형약국 6개소가 문을 닫는가 하면 영업중인 곳들 대부분도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수십년간 서울의 명물중 하나로 알려졌던 종로 5∼6가 대형약국 시대가 서서히 마감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방 이후 반세기동안 종로 대형약국가의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종로 5가 기영약국이 이달말로 문을 닫는가 하면 이 지역의 J약국과 D약국 역시 이달말 폐업할 예정이다. 또다른 D약국과 2곳의 J약국이 폐업 움직임을 보이는 등 연내에 상당수 종로 대형약국들이 폐업 및 이전할 전망이다.
특히 이 지역에 2개소의 대형약국을 개설, 전성기를 누렸던 몇몇 약국들도 이미 1개소는 폐업했거나 예정으로 있으며 잘 나가는 대형약국으로 알려진 모 약국의 경우 지난 6월에 매물로 내놓았으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약국 관계자는 『종로 일대 소위 대형약국들 대부분의 매출이 최근 1∼2년 사이에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약국도 지난해부터 적자가 나더니 회복할 기미가 안보여 변두리 전철역 부근으로 이전할 계획이나 한때 수억원을 호가하던 권리금은 커녕 보증금이나 챙겨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종로의 대표적인 대형약국으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인식된 보령약국의 경우 자기건물에다 보령제약 본사가 바로 옆에 있어 그나마 제자리를 상당기간 더 지킬 것으로 보인다. 또 『종로 약전의 전통을 잇겠다』며 이전 보다 인원감량 등을 통해 계속 자리를 지키겠다는 대형약국도 10여개에 달하고 있다.
종로지역 대형약국을 관할하는 종로보건소 담당자는 『약국은 사양산업인데다 가계임대료가 비싸 유지비용이 많이들고 변두리 신흥 대형약국들과 가격차도 크게 없어 매출이 격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신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