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외환보유액 사상 최고치 찍었지만 고민 깊어지는 아시아 중앙은행

올 상반기 7조4,700억弗 불구 통화 강세… 수출기업 타격

美 QE 종료 등 출구전략 방어 위해 '울며 겨자먹기' 보유외환 늘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달러화를 계속 사들이는데도 통화강세로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데다 언제 외환위기가 닥칠지 몰라 높은 외환보유액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아시아의 보유외환이 지난달 말 기록적으로 7조4,700억달러까지 늘었다고 보도했다. WSJ는 씨티그룹 집계 등을 인용해 홍콩과 싱가포르·한국·대만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일본의 보유외환은 1조2,800억달러로 집계됐고 다음주 중 발표될 중국의 보유액은 3조9,900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를 매입해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여왔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정책으로 유입되는 핫머니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보유외환을 늘리고 있다. 프레데릭 뉴먼 HSBC홀딩스 아시아경제분석 공동대표는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보유액 확대를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보유외환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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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국제금융공사(IIF)를 인용해 올 들어 연준이 경기회복을 위해 3,530억달러를 시장에 풀었으며 같은 기간 신흥국가로 1,500억달러가 유입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달러를 사들이는데도 대부분의 아시아 통화들이 강세를 보이며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일본 엔화가치는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3% 상승했으며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각각 4%씩 가치가 올랐다. WSJ는 삼성전자가 8일 2·4분기 실적 전망치 발표에서 영업이익이 24%나 급락한 어닝쇼크의 원인으로 원화강세를 꼽은 것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다 선진국들이 양적완화를 종료할 경우 그동안 유입됐던 해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외환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아시아 국가들은 사상 최고 수준인 보유외환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필요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일부는 차라리 환율을 시장에 맡겨야 대규모 해외자금 유출입으로부터 해당 국가의 경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로 JP모건 글로벌마켓 전략가는 "지난해 여름 인도네시아와 터키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출됐을 때 외환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며 "높은 외환보유액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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