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틴 펠드스타인(사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4일(현지시간) "미 경제가 최근 경기침체의 충격에서 벗어나 장기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면 교사 인센티브 확충, 고등학교 직업교육 강화, 시장친화적인 대학 인재 양성 등 교육 시스템부터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양책이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는 더 이상 경기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단기 효과는 없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릴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노동력 확충과 노동의 질 개선, 자본 축적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아울러 펠드스타인 교수는 "올해 미국 등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연준의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라며 "신흥국도 선진국의 금리인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그를 인터뷰했다.
-미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고 있는데.
△주택과 주식 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개선되고 있는데다 지난해와 같은 (정치권의) 재정교착 상태가 사라지면서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도는 미지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단기 부양책이나 연준 양적완화 정책의 약발도 떨어지고 있다. 정부 부채가 크게 늘면서 오히려 경제에 짐이 되고 있고 기업들이 앞으로 세금과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실업률이 7%까지 떨어진 것도 구직 포기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장단기 대책을 결합해야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정부 지출을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고 비효율적인 부양책은 줄여 10년 뒤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낮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비록 더디더라도 노동과 자본의 규모와 질을 개선하면 몇 년 뒤 미 성장률 증가에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노동력 확충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노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지금 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맞벌이 주부에게 여러 혜택을 줘 여성들이 일자리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제도와 복지제도를 통합해 저숙련 노동자들이 더 좋은 직장으로 '일자리 사다리(Job ladder)'를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노동의 질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교육 시스템 개혁이 핵심이다. 먼저 유능한 교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무능한 교사는 퇴출시켜야 한다. 고등학교 교사들의 역량이 높아지면 학생들이 성인이 됐을 때 수입이 증가한다는 통계도 이미 나와 있다. 또 고등학교에서 직업과 관련된 교육 커리큘럼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시카고에서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 중 3분의1만이 졸업한다. 현재의 커리큘럼은 이들 학생의 미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대학이 기업이나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가진 인재로 육성해야 한다. 고등교육이라는 대학의 목표는 가치 있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별 상관이 없다.
-자본 투자는 어떻게 늘려야 하나.
△우선 지난 몇십 년간 일반 국민들의 저축비율을 높여 기업투자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높은 법인세율을 내리는 등 기업투자를 장려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이 해외보다는 본국에 투자하고 이익도 가져오도록 세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재정과 거시 분야의 세계적 거장이다. 지난 1982~1984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했으며 1984~2008년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장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을 맡아 미 정부의 경제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193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961년 하버드대를 수석졸업했으며 1967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7년 이후 하버드대 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