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오롱 「김천 콤플렉스」(기업 지방화전략:15)

◎김천수출액의 30%차지 “재정자립 견인”/6개사 26만평 입주… 도로등 기반시설 확충/생산직원 1,200여명 높은임금에 “이직률 0”/섬유공장 자동화시설 세계적… 외국귀빈 방문코스 명성인구 15만의 중소도시인 김천시는 신시가지 개발이 한창이다. 이 사업의 중심지는 역시 시청. 시청은 지난 95년 금릉군과 통합을 계기로 구시가지인 김천역 주변에서 현재의 신음동으로 이전했다. 시청이 이전하자 주변 상권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아파트등 주택단지도 계획적으로 들어서게 됐다. 김천시청 이전과 신시가지 개발에는 90년대 들어 (주)코오롱을 주축으로 하는 「코오롱콤플렉스」의 유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천은 90년 이전까지만 해도 산업시설이라야 구미공단에 납품하는 영세 가내공장이 전부였다. 당시 김천시의 재정자립도는 30%를 밑돌 정도. 교통의 요지이자 포도의 주산지로 알려진 김천시가 지난 49년 경북지역에서는 대구에 이어 두번째로 도시로 승격됐지만 70년대 개발시대에 산업시설이 인근 구미에 몰리다보니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것이다. 코오롱이 김천이 뿌리를 내리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제조시설로서는 유한킴벌리가 고작이었다. 김천시는 소비도시에서 생산도시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89년부터 17만평규모의 김천공단 조성에 들어갔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대광동일대의 공단에는 코오롱전자가 2만평을 분양받아 90년 처음으로 입주했다. 1년뒤 코오롱그룹의 주력업체인 (주)코오롱이 대구공장을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공단분양에 활기를 띠게 됐다. 코오롱메라크섬유와 유화, 엔지니어링이 3개 계열사가 잇따라 생산설비 구축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입주여부를 망설이던 롯데햄과 롯데우유, LG오웬스코닝등 대기업이 연이어 들어왔다. 김천시는 이에 힘입어 93년까지 40만평규모의 2차공단을 조성하게 됐고 여기에도 (주)코오롱과 코오롱도레이플라스틱이 입주했다. 당시 다른 대기업들이 입주를 망설인 것은 김천공단이 취득세등 각종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국가·지방공단으로 지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 2차 공단의 전체면적 62만평가운데 현재까지 분양된 면적은 42만평. 이 가운데 코오롱그룹 6개 계열사가 26만평을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유치에 성공하면서 김천시의 재정자립도는 단숨에 60%를 넘어섰다. 물론 이같은 재정자립도는 95년 금릉군과 통합으로 28%로 다시 떨어졌지만 당시 코오롱을 유치한 김천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김천상공회의소의 이호영 조사·진흥과장은 『코오롱이 입주는 변변한 제조업 기반이 없었던 김천시가 생산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천공단의 대기업 유치로 재정자립도가 높아지면서 시청 이전과 신시가지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 도시기반 시설을 확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단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김천시에 한때 땅값 폭등이라는 기현상도 나타나기도 했다. 김천공인중개사무소의 황모씨는 『공단과 시청을 잇는 6차선 대로주변 땅값이 나대지의 경우 1백만원을 밑돌다가 개발붐으로 4백만∼6백만원으로 껑충 뛰었다』면서 『개발 기대심리로 땅값이 오른 것은 김천시 유례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1㎞ 남짓 떨어진 시청과 공단사이에 김천 최대 6차선도로가 뚫린 것도 김천공단에 대한 기대와 중요도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천경제에 코오롱이 미치는 영향은 각종 통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김천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제조업체 생산액은 1조7천7백35억원. 이중 코오롱 6개사의 생산액이 2천8백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내년의 경우 (주)코오롱의 설비증설이 지난 9월 완료됨에 따라 연간 총생산액은 6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도 적지 않다. 김천내 제조업체 종사자 7천여명 가운데 코오롱 직원이 1천2백명에 달한다. 특히 6개 계열사와 거래하는 현지 하청및 납품업체 직원과 생산액을 합칠 경우 지역경제 기여도는 한층 증가하게 된다. 또 김천 전체 수출액의 30%인 1억8천억달러를 코오롱이 담당하고 있다. 코오롱 김천 콤플렉스의 핵심은 주력사인 (주)코오롱 공장. 이곳은 일반적인 섬유공장에서 연상되는 생산여공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3차에 걸친 증설을 모두 마무리한 (주)코오롱공장은 원료투입부터 생산, 운반, 포장, 입출고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완전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 21세기형 섬유공장이다. 자동화 설비는 전자제어 장치로 운영돼 연간 3천원의 매출을 5백20명이 거둬들이고 있다. 1인당 생산액이 6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생산규모를 따질 경우 1인당 2.5톤으로 그동안 세계 최고로 평가되던 일본 도레이사의 1인당 1.5톤을 능가하고 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주)코오롱 공장은 미 3M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화학·섬유업체 관계자는 물론 김천과 대구시등 경북지역을 방문하는 귀빈들의 단골 시찰 코스. 경북지역에서 김천은 포도주산지라는 명성과 함께 (주)코오롱 자동화공장이 명소로 알려지고 있다. 윤정민 총무부장은 『코오롱 자동화공장을 방문하지 않으면 김천을 왔다간 것이 아니라는 우스게 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소개했다. 지난달말에는 주한튀니지아대사와 섬유산업협회장등 튀지니아 섬유관계자들이 방문했고 10월에는 김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 성도시장등 시고위층이 방문한 바 있다. 조원규공장장은 『김천시 제조업 가운데 임금이 가장 높은데다 근로환경이 쾌적해 생산직 사원들의 이직율이 제로에 가깝다』며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최고 경쟁력을 갖추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권구찬 기자> ◎코오롱그룹 지방화전략/전국 4대권역화… 계열사 시너지효과 높여 코오롱그룹은 지난 7월 30대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 명실상부한 지방화시대를 열었다. 96년 1월 이웅렬 회장의 취임에 맞춰 그룹의 도약을 다짐하고, 본격적인 지방화시대에 부응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본사 사옥의 지방이전은 코오롱의 지방화전략이 그만큼 남다르다는 상징으로 통하고 있다. 코오롱의 지역별 거점은 크게 4곳. 섬유산업의 중심지이자 그룹 발상지나 다름없는 대구·경북권(구미·김천)에 섬유와 화학·기계업종을 위주로 주력사인 (주)코오롱과 유화, 엔지니어링, 메라크섬유, 전자가 자리잡고 있다. 경남권(마산·창원·울산)에는 정밀기계와 건설, 유화사업이, 충청권(대전)에는 제약, 수도권(인천·수원·성남)에는 유화와 건설, 물류센터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지역별 거점에는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들을 함께 유치함으로써 계열사간의 시너지효과를 높인다는게 그룹의 방침이다. 예를 들어 김천과 구미는 섬유와 화학단지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주)코오롱의 김천무인 자동화 3단계 증설을 마쳤고, 내년부터는 코오롱유화의 고흡수성수지 생산라인의 가동에 들어간다. 경주에는 기존의 호텔사업에 이어 현재 「마루나오션리조트」라는 레저단지 개발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특히 충청권인 홍성군과 청양군에는 그룹공단을 조성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와 협의중인데 서해안시대를 대비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곳에는 대구·경북, 수도권에 이어 21세기 3대 그룹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청정지역인 것을 감안, 주로 전자와 정보통신등 무공해 첨단산업에 대해 집중 투자를 할 계획이다. 지역 친화프로그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총 사업비 1백70억원을 투입, 두류공원내 야외음악당을 지난 7월 착공해 무상 기증할 계획이다. 또 경주시에는 매년 남녀고교 구간마라톤 대회를 개최,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경주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으며, 이를 지역 명물축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인터뷰/조원규 <주>코오롱 김천공장장/“1인당 생산액 6억원 그룹도약의 전략기지 원부자재 구매·고용 등 현지조달원칙 지킬것” 『무한경쟁시대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김천공장은 21세기 한국 섬유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주)코오롱의 조원규 김천공장장(상무)은 『이곳은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완벽히 갖춰 1인당 생산성이 세계 최고수준에 달한다』며 『김천공장은 섬유산업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주)코오롱 김천공장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은. ▲(주)코오롱은 그룹의 주력이자 모태다. 60년대 대구에서 나이론을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70년대 구미공장을 통해 중흥기를 맞이했다. 대구공장 이전에 따라 자리를 잡은 김천공장은 최첨단 무인자동화 설비를 갖췄다. 이로인해 1인당 생산액이 6억원으로 섬유분야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코오롱이 제3의 도약이라는 커다란 획을 긋는 전략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가부도사태라고 표현할 정도로 국내경제여건이 위기상황이다. 김천의 경기동향은 어떤가. ▲현재 김천경기상황은 복합불황이 우려될 정도로 최악이나 다름없다. 김천상의가 조사한 기업경기전망을 보면 4·4분기의 경기실사지수(BIS)가 62.5에 그치고 있다. 최근의 대기업 부도가 김천경제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내수경기도 마찬가지다. 식당, 유흥업소등에는 손님에 거의 없다. ­코오롱의 지역경제에 대한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코오롱전자를 필두로 (주)코오롱과 유화등 6개 계열사가 차례로 김천에 입주했다. 고도성장기에 개발에서 소외된 탓에 80년대까지만해도 변변한 제조업 시설이 없었다. 코오롱의 입주를 계기로 대기업과 각종 산업시설의 김천 유치가 가능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지방세등 세수증가로 재정자립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자체 시행과 더불어 원부자재의 구매와 고용원칙은 현지에서 소화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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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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