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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처럼 빛나는 눈빛에서는 차분하면서도 미세한 망설임이 느껴진다. 날카로운 콧날은 상당히 이지적이다. 이 그림은 장프랑수아 밀레가 그린 4점의 자화상 중 하나다. 화가의 작업은 자신에 대한 고뇌에서 출발해 사회로, 이상으로 뻗어나가는 것이기에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화상을 남기고는 했다. 밀레의 경우 유화 2점과 드로잉 2점의 자화상을 모두 1940년대에 완성했다. 이 자화상에서 밀레는 27세 청년이다. 시대와 세상에 대한 열정이 그의 얼굴을 물들였기 때문일까. 이마에서 콧등을 따라 드러난 그의 피부는 순수한 백색에 가까운 데 반해 뺨은 옅은 홍조를 띠며 대조를 이룬다. 적갈색 배경은 머리카락을 강조하며 깃을 세운 짙은 색 코트 사이로 밀레의 구불거리는 머리가 녹아드는 듯 보인다. 턱수염 아래로 상반신은 선명하지 않게 간략히 묘사돼 자연히 시선은 얼굴에 집중되고 그중에서도 관람객에게 말을 거는 듯한 눈빛에 주목하게 된다. 밀레는 이 그림을 동생 피에르 밀레에게 물려줬지만 피에르는 1893년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그림을 팔았다.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