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갑자기 고객신뢰를 되찾겠다며 부산해지는 이유는 뻔하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담합 의혹부터 학력차별 대출, 대출서류 조작 등으로 빚어진 사회적 비판여론을 달래보겠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들은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금리인하를 발표하느라 적잖은 신경전까지 벌였다고 한다.
은행들로서는 나름 환골탈태하겠다는 의도겠지만 정부당국과 여론의 압력에 등 떠밀려 움직이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며 전시성 결의대회나 열고 몇 가지 생색내기용 조치만 취한다면 금융계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증폭될 수도 있다.
은행들은 과거에도 금리를 내리거나 수수료를 낮춘다고 공언해놓고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다른 방편으로 고객을 옥죄는 행위를 일삼아왔다. 고객들이 막상 은행 창구를 찾아가면 본점에서 통보를 못 받았다거나 갖가지 핑계를 대며 고객에게 부담을 지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 금리를 찔끔 낮추는 대신 갖가지 무리한 조건을 붙이거나 이런저런 꺾기 행위를 강요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점장 가산금리가 폐지된다고 해도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해 효과가 지극히 미미하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함께 성장하겠다는 은행들의 진정성과 책임감이다. 은행권은 금리인하 조치가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한자릿수로 낮추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을 제시하고 이를 착실히 수행하는 기업은행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은행들은 이번에야말로 투명한 금리체계를 갖추고 고객의 이익을 앞세우는 진정한 의미의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