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연탄값 올리자니 서민 부담… 재정수혈도 쉽잖아

■ 딜레마에 빠진 석탄공사 구조조정

광해관리公과 통폐합은 동반부실 초래 가능성

"선 자구노력-후 가격인상·재정투입" 목소리


정부가 이달 말까지 공공기관 부채감축계획 보완계획을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대한석탄공사 구조조정 문제가 딜레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안에 부채를 추가로 감축하는 안을 만들어야 하는 5개 기관 가운데 4곳(토지주택공사·철도공사·철도시설공단·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자구노력으로 빚을 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만 석탄공사만큼은 도저히 스스로 빚더미에서 탈출할 묘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자들은 연탄 가격인상, 재정수혈, 기관 통폐합, 사업분할 등의 대안을 다각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정치적·재정적 부담을 떠안아야 해 고심만 거듭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탄공사는 자구노력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부채 규모를 1조6,000억원대 밑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석탄공사는 부채 증가폭을 오는 2017년까지 약 1,000억원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기재부가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며 보완을 요구하면서 추가 부채 절감안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추가 부채 절감방안도 규모가 커지긴 어려우리라고 전망되고 있다. 광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탄공사는 지난 26년간 6만명이 넘던 근로자 수를 3,000명대로 줄이는 대규모 감원을 했고 현재는 가정용 연탄 등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경비를 더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보유자산 중 매각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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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관계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선 자구노력-후 연탄값 인상,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석탄공사가 생산하는 무연탄은 대부분 가정용 연탄 제조에 사용되는데 무연탄과 연탄 모두 가격규제에 묶여 원가 이하에 판매되기 때문에 석탄공사는 장사를 할수록 빚을 지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상반기에는 석탄공사가 자구노력으로 성의를 보이고 하반기 이후에는 연탄값 인상을 검토하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자는 재정투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석탄공사는 1조4,000억원대에 이르는 부채로 한 해 이자만도 532억원 정도가 나가고 있다"며 "이 같은 이자부담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므로 기왕 해소해줄 빚이라면 조기에 재정수혈을 통해 부채를 털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탄값 인상과 재정투입 모두 정치적·재정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지난해 분석자료를 보면 연탄 한 장당 공장도 가격은 373원50전으로 제조원가(647원25전)보다 약 270원 낮다. 따라서 원가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면 서민들은 한 장당 270원 이상 더 비싼 값을 주고 연탄을 사야 하기 때문에 난방비 부담이 늘게 된다. 아울러 재정투입을 통한 부채 탕감을 해주려면 최대 1조원대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상 감당이 쉽지 않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또 다른 대안으로 석탄공사를 광해관리공단과 통폐합하는 방안도 가능한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광해관리공단은 카지노 사업으로 큰 이익을 내고 있으므로 석탄공사의 적자를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공기관의 동반부실만 초래할 수 있고 석탄공사의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어떤 공공기관이 부실 기관과의 통합을 찬성하겠느냐"며 "지역민들의 정서도 있기 때문에 통폐합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사업분할을 통한 부채 해소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석탄공사 중 일부 탄광을 떼어내 우량법인(굿컴퍼니)화하고 기존의 석탄공사는 부채를 승계하는 부실법인(배드컴퍼니)로 남겨 구조조정을 하자는 방안이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은 굿컴퍼니로 분할한 사업 부문을 민간에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포함하고 있어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야권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은 내다봤다.

다만 어떤 방향이 됐든 석탄공사 문제는 지체할수록 결국 국민적 부담만 늘게 되므로 자구노력 보완책이 이달 중 마련되는 대로 이를 명분으로 삼아 가격인상·재정투입·사업분할의 후속 방안을 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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