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해외 투자은행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와 어떻게 큰 돈을 벌어가는지를 똑똑히 봤다. 삼성ㆍLG 등 국내 제조업체들은 세계시장의 톱클래스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우리 금융회사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금융회사들도 덩치를 키우고 인력과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과당경쟁 상태인 우리 증권업계를 규모에 따라 나눠 발전영역을 달리하자는 의미도 있다. 대형사는 자본금을 키워 글로벌 IB로 나가고 중형사와 소형사는 국내시장에 집중하자는 뜻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법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의 최소 자기자본을 3조원으로 높이고 각종 투자기능을 활성화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여론도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글로벌 IB와 헤지펀드들의 탐욕스런 투자에 있었는데 이제 와서 이들을 본받아 우리도 IB를 하자는 것이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글로벌 IB와 우리가 시작하려는 IB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자본금 3조원 규모를 갖췄다고 하지만 글로벌 IB들과 비교하면 20분의1, 30분의1 수준이다. 전문인력의 역량, 시스템의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아직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다. 결국 글로벌 IB 수준을 10이라고 할 때 우리의 현 수준은 1이고 자본시장법을 통해 추구하는 방향은 3이나 4 정도는 따라가자는 것이다. 부작용을 운운하기에는 우리 수준이 아직 한참 밑이다.
최근 유로존 위기가 확대되고 유럽계 IB들이 위축되면서 우리 IB들에는 기회가 열리는 측면도 있다. 해외 대규모 자원ㆍ플랜트 프로젝트 등 각종 딜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투자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자본시장법의 조기통과는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