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인사이트] 쑥쑥 크는 중국 펀드시장… 개인 가세 땐 월가 넘본다

실탄 넉넉한 기관 투자 밀물… 헤지펀드 시장도 뿌리 내려<br>가계 펀드투자비율 겨우 6%… 10년이내 폭발적 성장 점쳐<br>중국 자산 투자 해외수요 늘며 홍콩·영국 등 선점경쟁 치열



중국 펀드시장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로 주목 받고 있다. 경제 성장에 발맞춰 엄청난 자산을 확보한 중국 기관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하면서 중국은 글로벌 펀드산업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시장도 현지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펀드상품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다면, 중국 펀드시장은 월가를 넘볼 정도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펀드시장 '괄목상대'= 중국에 간접상품 투자시장인 펀드 시장이 열린 것은 불과 15년 전.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글로벌 펀드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차기 주자로 주저 없이 중국을 꼽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세계 500대 자산운용사에 포함된 중국 운용사의 숫자는 지난 2011년 말 9개에서 지난해 말 24개로 한 해 동안 배 이상 늘었다. 중국 내 운용자산 규모가 505억달러인 중국자산운용(CAM)과 488억달러인 하비스트자산운용(HFA)은 사상 최초로 '글로벌 200대' 펀드사에 이름을 올렸다. FT는 홍콩 투자은행 BBH의 빌 로젠스윅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지난 10년 동안 블랙록ㆍ JP모건ㆍBNY멜론 등 미국 펀드사들이 유럽ㆍ일본 업체를 제치고 세계 10대 운용사로 부상했었다"며 "향후 10년 안에 중국이 그 바통을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펀드 시장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사회보장기금(NSSF),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등은 물론 각종 기업연금과 같은 현지 기관 투자자들이 경제 발전의 결과로 막대하게 불어난 투자 자산을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서구 언론들은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간접투자 시장에 가세하게 될 경우의 폭발력에 주목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저축은 7조달러에 달하지만 가계의 펀드 투자비율은 약 6%로 미국(38%), 영국(14%)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다. 컨설팅사 맥킨지는 현재 4,500만명 수준인 중국 중상류층이 향후 10년 내에 2억2,500만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중산층 이상 인구의 증가와 금융에 대한 규제완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중국 펀드시장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라며 "중국에서 글로벌 최대 운용사가 출현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헤지펀드 투자도 꿈틀='금융 자본주의의 총아'라 불리는 헤지펀드도 중국에 상륙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일반 펀드투자 실적에 고무된 중국 투자은행들은 공매도 등 공격적 투자기법을 바탕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시틱증권의 자회사인 시틱증권선물은 최근 중국에서 투자 자금 20억위안(3억3,000만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조성했다. 화바오증권도 헤지펀드 지원회사인 KKM캐피탈과 손잡고 10억위안 규모의 펀드를 세웠다. 유레카헤지 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중국시장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은 11.24%의 수익을 냈다. 이는 아시아(10.1%), 북미(6.3%), 유럽(5%) 등에 투자한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보다 높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다.


FT는 "부에 눈뜬 중국 억만장자 층은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데다 새로운 투자기법을 원하는 매니저들이 가세하면서 헤지펀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미 상당수 매니저들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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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규제당국도 일부 금융 관련사에 선물 및 헤지펀드 투자 자격을 부여하고 공매도 가능 주식 수를 늘리는 등 '규제 완화'로 시장에 화답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 역시 보다 높은 수익이 가능한 현지 비은행권 금융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홍콩ㆍ영국 등 앞다퉈 중국행=중국 금융 시장의 급신장과 더불어 다양한 중국 자산에 투자하려는 해외 수요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가'의 표정도 현격히 달라지고 있다.

유럽펀드의 아시아 판매 기지 역할을 해 온 홍콩은 최근 '중국 펀드의 글로벌 투자 허브'로 위상을 재정립하고 대대적인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와 호주와 경쟁하는 국면에서 중국 펀드만한 대안이 없다는 게 홍콩의 결론이다. 샐리 웅 홍콩투자펀드협회 대표는 "홍콩이 가장 바라는 것은 중국 금융시장이 열릴 때 홍콩이 '펀드 허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 홍콩과 중국의 규제당국은 약 6개월 간의 상호 플랫폼 조사를 통해 양 펀드 시장에서 동일한 투자자 보호조항을 제공한다는 데 합의해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에 주소지를 둔 펀드를 열 경우 중국 본토의 까다로운 규제를 피해 보다 쉽게 내수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만들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홍콩증권선물위원회는 홍콩에서 등록한 펀드의 숫자가 2011년 말 213개에서 지난해 말 306개로 급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구 금융시장의 주축인 영국은 런던을 '서구 위안화 거래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에 해당하지만 외국인들의 투자가 거의 불가능했던 중국 내수 채권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지난달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국이 중국 은행에 특별거래자격을 부여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후 지난주에만 수개의 중국 펀드회사가 런던 시티에 지부를 설립하는 등 룩셈부르크로 향하던 중국 은행들이 런던으로 돌아서고 있다.

톰 브라운 KPMG 글로벌 투자운용 수석은 "중국 경제 및 위안화 성장과 관련돼 투자하기 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많지만 여전히 현지 투자는 어렵다"며 "영국이 (규제 완화를 자처해) 중국 상품 전문시장의 초석을 닦는 등 치열한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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