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고에 대한 기대/뉴욕 김인영 특파원(기자의 눈)

태평양을 가운데에 놓고 요즘 미국 재무부와 일본 대장성 고위관리들이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하루가 멀다고 자국 통화가치의 적정선을 방어하기 위해 고도의 계산된 발언을 던지고 있다.달러시세가 1백15엔대로 떨어진 15일,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가 시장에 자신감을 불어넣는다』면서 지론인 「강한 달러 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의 말은 달러 값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만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었다. 며칠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이 『엔화가 달러당 1백3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엔화강세를 유지하고 싶은 쪽은 일본이 아니라 바로 미국이다.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수출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엔화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이달들어 연일 엔화 초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4월말 달러당 1백27엔까지 치솟았던 달러가치는 불과 2주만에 10%나 떨어졌다. 그러자 벌써부터 엔화가치 상승이 한국 경제에 숨통을 트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수출 현장에 나와 있는 상사 주재원들도 엔고가 되면 한번 해볼만 하다고 말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 상대인 일본 제품에 비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그간 한국 경제는 엔고로 인한 호황을 두어번 맞은 경험도 있으니 해볼만한 기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기대에는 함정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이론상 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는데도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평가 절하된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적자는 1백억달러로 급증했다. 자국 통화로 수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엔고만을 기다리는 것은 소극적 자세에서 나온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그동안 기업 사이드에서 엄청난 경영개혁과 기술개발을 단행하면서 자국 경제의 이익을 위해 통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먼저 경제주체들간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영 개혁과 경제구조 개선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 놓은 후에 엔고의 어부지리를 기대해야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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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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