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평가 작업이 부실했다는 주장에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재정 평가는 한 사업에 대해 3년마다 한 번씩 진행하는 게 원칙이며 평가 결과에도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십억원 규모의 일반사업과 22조원 규모의 매머드급 사업을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칙상으로는 3년마다 한 번씩 평가를 진행하지만 매년 평가를 해도 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평가 작업을 제대로 하려 했다면 충분히 가능했다는 뜻이다.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매년 평가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2011 회계연도의 경우 재정부가 평가한 전체 재정 사업규모는 36조원이었는데 4대강에 투입된 예산은 공사기간 4년 내 최대인 8조3,730억원에 달했다.
가장 덩치가 큰 사업은 놓아 두고 주변 사업만 들여다보고 있었던 셈이다.
한 재정 관련 전문가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4대강 정도의 사업이라면 더욱 철저히 감독에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대로 된 감시 없이 쓰인 예산은 결국 각종 부실을 낳았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4대강 사업결과 수질관리, 수량확보, 홍수예방, 보 안전성 등에 모든 면에서 부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발표했다.
보 하단이 빠른 유속에 침식되는 세굴 현상이 전체 16개 보 중 15개 보에서 발견됐으며 12개 보에서는 수문을 열고 닫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설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 보강 작업은 당연하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결국 재정이 또다시 투입될 우려가 있다.
4대강 사업을 주도한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미 8조원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상황이다.
재정 낭비 우려와 더불어 평가 작업 자체가 겉핥기 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각 부처가 사업별로 작성하는 자율 평가보고서는 매년 수백개에 달하지만 이를 분석하는 인력은 조세연구원과 재정부 인원을 모두 합쳐 20명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꼼꼼한 평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재정부가 오는 3월부터 5월까지 들여다봐야 할 재정평가 보고서는 608개, 금액으로 환산하면 65조원에 달한다. 사실상 '탁상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큰 틀에서 진행 여부를 검토하기는 하지만 세세한 예산을 두고 파인튜닝(미세조정)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정 평가에 대한 비판은 최근 새 정부의 세출 확보 작업과 연관해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4대강 사업 외에도 대형 국책사업 상당수가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산이 편성된 재정 사업에 대한 평가만 제대로 하더라도 세금을 훨씬 더 거둬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