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SK의 에너지 벤처 실험

SK D&D, 제주도 풍력발전소서 연 30㎿ 전력생산

부동산 개발업체서 신재생에너지 기대주로 떠올라


처음에는 목 좋은 곳에 오피스빌딩·쇼핑몰 등을 세우는 게 전부였다. 전형적인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였다. 그러다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얹어 전력을 생산하고 남는 전기를 지방자치단체 등에 판매하는 사업도 적잖은 수익이 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수년이 지난 현재 제주도 등에서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 기업은 바로 SK가스의 자회사인 SK D&D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이 회사가 최근 SK그룹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의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SK그룹의 에너지 벤처 실험'이라 할 만하다.

SK가스가 지난해 10월 SK건설로부터 인수한 SK D&D는 지난해 1,700억원대 매출 중 90% 이상을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거둬들였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매출은 고작 20억원대, 담당 직원 수는 전체 100여명의 직원 중 20명에 못 미친다.

벤처 수준의 작은 조직이지만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상업발전을 시작한 SK D&D의 제주도 가시리 풍력발전소에서는 연 30㎿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연 2만가구 정도가 쓸 수 있는 분량으로 연 1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상업발전에 들어간 SK그룹 내 첫 풍력발전소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SK D&D는 영암·대구·순천에서 태양광발전소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제주도 앞바다에서의 해상 풍력발전소 사업(200㎿)·울진 풍력발전단지 사업(60㎿)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 해상 풍력발전소 사업은 SK D&D뿐만 아니라 SK그룹 전체를 통틀어서도 대대적인 사업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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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D&D는 최근 수년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이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부동산 개발업체로서의 '예리한 감'과 작은 조직 특유의 스피드를 꼽는다.

SK D&D의 한 관계자는 "디벨로퍼로 출발한 만큼 가치 있는 땅을 발견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개발·운영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며 "특히 에너지 업체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인허가 문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원만히 조율하는 등의 문제에도 워낙 익숙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SK D&D 직원들은 지금까지 서울 당산동의 SK V1센터, 수송동의 G타워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분양하는 성과를 거둬 업계에서는 '인허가의 달인들'이라고도 불린다.

벤처기업처럼 작은 조직에서 흔히 그렇듯 구성원 각자가 업무를 가리지 않고 도맡으며 '일당백'처럼 활약하는 분위기도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담당자 수가 전체의 5분의1에 불과한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다. 가시리 풍력발전소의 경우 인허가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했을 때 현지 주민들이 SK D&D의 편을 들어줄 만큼 온 직원이 열정적으로 사업을 챙겼다.

실질적인 성과가 이어지면서 SK D&D에 대한 안팎의 평가도 크게 달라졌다. SK건설 자회사였던 시절에만 해도 그룹사의 일감으로 매출을 올리는 회사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지만 SK가스 자회사로 편입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비중을 높여나가면서 SK D&D의 내부거래비중은 지난해 4%대로 줄어들었다.

SK D&D는 가시리 풍력발전소를 회사의 도약대로 삼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본업'으로 키울 방침이다. SK D&D 측은 "정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일정 규모(500㎿) 이상의 발전사업자들은 오는 2020년까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목표에 맞춰 총 전력생산량의 10%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

SK D&D는 이에 앞서 덩치를 불리기 위해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증시 상장에도 나선다. SK D&D의 한 관계자는 "자금을 조달해 앞으로의 사업에 투자하고 현재의 조직문화를 유지하면서도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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