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뉴스 포커스] 증선위, 서정진 회장 주가조작 혐의 검찰 고발

시세차익과 무관한데… 누구를 위한 단죄인가 셀트리온 "당국 결정 수용못해"<br>"과도한 기업 때리기… 바이오 산업 전체 위축 우려"<br>'램시마' 해외시장 진출 등 경영활동 큰 지장 없겠지만 지분매각 작업 지연 가능성<br>소액주주 "단체행동 불사" 반발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셀트리온 2공장 전경.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과도한 기업 때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인위적인 주가 유지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 주주가치 보존을 위한 것인데 시세조종 혐의를 뒤집어쓴 게 말이 됩니까."

"공매도에 대해 조사를 해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불법으로 몰아간 것은 금융 당국에 도전한 데 대한 괘씸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결국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금융 당국의 지나친 '기업 흔들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8일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16차 정례회의에서 서 회장과 일부 임원, 회사 법인과 계열사 등을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회사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고 실적 논란에 따른 주가 급락을 방지하려고 셀트리온과 계열사의 법인자금 등을 동원해 총 3차례에 걸쳐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와 관련 업계에서는 과도한 기업 때리기로 바이오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가조작 엄단을 지시한 데 대해 셀트리온이 당국의 첫 표적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은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만약 검찰에서 혐의가 없다고 판결이 난다 하더라도 기업이 받을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증선위의 검찰 고발조치 이후 무혐의로 종결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 공식적으로 도전한 것이 역풍을 맞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는 지난 2011년 4월 이후 약 2년간 집요하게 계속됐다. 임상 실패설과 서 회장이 야반도주했다는 등 기업 존폐를 위협하는 악성 루머도 동반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가 오히려 정상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결정에 대해 셀트리온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관련된 혐의들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 측은 "공매도 연계 투기세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증선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검찰 고발 및 통보 결정 또한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회사는 특정 목적을 갖고 주가형성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거나 비공개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적이 없으며 부당이익을 취한 사실도 없다"고 항변했다. 서 회장도 지난달 25일 열린 증선위에 직접 참석해 "루머와 싸웠고 시세조종 혐의는 회사를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읍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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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에 따르면 서 회장은 2011년 4월 4% 규모의 셀트리온 공매도가 발생하자 5~6월 두 달 동안 박형준 애플투자증권 사장과 공모해 주가를 임의로 조종했다. 애플투자증권은 서 회장이 최대주주다. 같은 해 10월에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서 회장은 박 사장과 또다시 주가를 조작했다. 지난해 5월부터 올 1월 사이 주가가 하락할 때는 김형기 부사장도 가담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3차례 모두 동시호가를 노린 허수주문을 내고 고가로 매수하는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3차례 시세조정 과정에서 시세차익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서 회장 등이 사용한 시세조종 계좌에 차익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셀트리온 주식담보대출 관련 주가 하락시 반대매매 가능성을 우려해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선위는 차익과 무관하게 시세조종행위 자체를 위법으로 판단하고 서 회장과 박 사장, 김 부사장 등 총 3명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GSCㆍ셀트리온홀딩스 등 3개 법인을 모두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증선위는 서 회장은 지난해 5월 자사주 매입, 무상증자 등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 혐의에 대해서는 정보의 전달 경로를 명확히 확인하지 못해 일단 검찰에 통보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무상증자 발표로 상한가를 치며 주가가 급등했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검찰 고발과 통보는 제재 수위의 차이가 있는 것일 뿐 사실상 검찰 고발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서 회장의 시세조종 혐의가 허수주문이나 통정매매 등을 수반하는 일반적인 주가조작과는 다른데다 주가 방어행위가 모두 공시된 만큼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하는 게 합당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도 당장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사업을 비롯한 본연의 경영활동에는 큰 여파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인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는 8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최종 판매허가를 받아 유럽 31개 국가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달에는 일본에서 램시마 판매허가신청을 끝내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동남아와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중이어서 내년부터 해외판매가 본격화되면 회계 논란도 해소될 수 있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도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기대된다. 셀트리온의 한 관계자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은 '램시마'가 실제로 유럽에 첫 출하돼 현지에서 판매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는 등 회사 경영이 계획대로 영위되고 있다"면서 "인수합병(M&A) 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 회장의 지분매각작업 일정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셀트리온이 10년 만에 시총 5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무엇보다 서 회장의 역할이 지대했다.

셀트리온의 주가 역시 또다시 발목을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램시마의 유럽 판매승인 이후 8월 초 6만원 후반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최근 서 회장에 대한 주가조작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불과 한 달여 만에 4만원대로 추락했다.

수급적인 부분에서도 그동안 상승세를 이끌어왔던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수그러들었다. 7월과 8월 연일 순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들은 8월 말부터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31%를 넘어섰던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28%대로 떨어졌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고점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번 증선위의 고발건으로 추가적인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으로 주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바이오업계가 굵직한 계약 체결과 기술 수출 등이 이뤄지면서 재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자칫 이번 사안이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심어줄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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