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멸위기감’ 증폭… 진통끝 성사/외국계은 대출 연장

◎“부실은 계속 지원 우려” 합의도출 한때 난관/한은대출 전환보다 개별연장 선호하기도외국계은행들이 한국계은행에 대한 대출연장을 곧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은행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외국계은행들의 대출연장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은행들의 공멸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해석된다. 한국에 진출한 40여개 외국계은행의 간사를 맡고 있는 마이클 브라운 시카고은행 서울지점장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출연장이라는 고육책을 이끌어내는 작업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외국계은행의 이같은 대출연장 움직임은 그러나 외국계은행간 형평성문제에 걸려 진통을 겪기도 했다. 부실은행과 거래관계에 있는 은행과 우량은행과 거래하는 은행, 한국시장에 진출한 은행과 그렇지않은 은행간 입장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들은 또 막바지에 외국계은행의 자발적 움직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재정경제원과 한차례 마찰을 빚었다. 재경원은 외국계은행들에 대출연장 합의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외국계은행의 한 지점장은 『한국계은행에 대한 대출연장의 실질적인 효과가 중요한 것이지 이같은 움직임을 포장하려는 쇼맨십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며 『한국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IMF와의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계은행들은 한국정부가 이미 한국계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확약했고 한국의 개별은행과도 기존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방식보다는 개별적으로 대출연장을 추진하는 방법을 선호하기도 했다. 이번 대출연장조치에 따른 외화자금이 한국은행을 통해 또다시 부실은행에 지원되면 상대적으로 외화사정이 좋은 거래은행조차도 외환위기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외환보유액이 바닥난 한국정부가 부실은행에 대한 처리를 연기하면서 이들 은행에 계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행태를 보여온 것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사실 외국계은행의 대출연장조치로 한국계은행들이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대형 시중은행들의 경우 외화자산 규모가 1백∼1백50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 은행들은 여전히 외화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상대적으로 외환사정이 좋은 은행의 대출연장분을 이들 은행에 지원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으로 외국계은행들은 보고 있다. 외국계은행들의 가장 큰 고민이 여기에 있다. 외국계은행들은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자금을 회수한 이유에 대해 IMF구제금융자금으로도 부실은행의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한국정부가 부실은행들을 감싸고 돌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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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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