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중앙서 풀어도 막혀 … 지방공무원 소극적 행태, 비리 준해 엄단"

■ 칼 빼든 감사원

선례·두려움 등 이유로 적극적으로 처리 안해

'왜 허가 안해줬나' 초점 대규모 감사 진행 예고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열린 2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청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20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소극적 자세가 규제개혁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과 관련, "선례 답습행태나 민원 등을 빙자한 소극적 업무행태를 비리에 준해서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 참석, "올해는 지난 2월부터 2개국의 감사요원을 동원해 왜 해주지 않았는가에 초점을 두고 대규모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또 "감사원은 허가를 왜 해줬는가보다 왜 해주지 않았는가에 중점을 둔,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아니함)' 감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일선 공무원들이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소극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국민기업불편 신고 사례, 모범 사례, 그리고 부작위로 처벌 받은 사례를 총정리해서 공무원들이 업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교육교재를 발간·배포함과 동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아울러 "법령에 근거하는 유사규제, 숨은 규제, 그리고 그림자 규제를 중점적으로 발굴해 시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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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이와 함께 "감사원 국민기업불편신고센터에 연간 1만2,000여건의 애로사항이 접수되는데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소극적 행태를 고발하고 있는 민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소극적 행태의 원인을 분석해보니 민원 유발에 대한 두려움, 전례가 없는 일에 대한 두려움, 일단 거부하거나 애를 먹이고서 허가해주는 게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고방식, 상급기관의 '왜 해줬나' 위주의 감사 등이 꼽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각종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지자체 소속 공무원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지춘 한승투자개발 이사는 "유감스럽게도 저희는 사업 추진 1년째 재량권과 규제라고 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승투자개발이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건설하려는 300실 규모의 관광호텔 건설사업이 지자체의 규제에 막혀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지난해 6월 저희가 학교정화위원회에서 상대정화구역해제 심의를 받은 결과 금지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5개월여의 행정심판을 거쳐 승소했다"며 "승소한 것을 갖고 영등포구청에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접수했는데 지금 현재도 주민민원을 이유로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교육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라는 민원이 있는 상태에서 사업계획 승인을 진행하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담당 공무원의 답변도 듣게 되고 심지어 자치단체장님께서는 주민과의 신년인사회에서 '우리가 법대로 하면 사업승인을 안 내줄 방안이 없지만 어쨌든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사업 승인을 보류하겠다' 이런 발언을 하셨다는 것도 전해듣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풀어도 중간 단계에서 막혀버리는 게 있다. 저희도 정말 미쳐버리겠다"며 "우리 사회가 너무 근엄하고 학습 중심적이고 생산 중심적이다 보니 저희 부가 관장하는 분야는 다 척결돼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번에 학교정화위원회 운영을 위한 훈령을 개정해 4월 중에 절차를 대폭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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