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실종된 금융산업] 금융위 "궂은 일 금감원에…" 젊은 관료들은 보신 급급

기업 구조조정 손놓고 한쪽선 규제강화 하면서 금융비전 만드는 모순도

금융위원회는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시절부터 각종 현안에 대한 조율사 역할을 해왔다. 인력 면에서는 금감원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감각적으로 먼저 인지하고 사전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 대처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금융위원회가 안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궂은 일은 뒤로 쑥 빠졌다가 자랑할 일이 생기면 자신들이 먼저 나서 생색을 낸다"고 비꼬았다.

금융위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27일 "앞으로는 금융위가 구조조정에 더 개입하려고 한다"며 "금감원과 은행만으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토로했다.


이는 역으로 금융위가 사실상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실제 최근 금융위의 존재감이 가장 덜 부각되는 곳 중 하나가 구조조정이다. 동양 기업어음(CP)과 회사채 피해 문제도 따지고 보면 기업 구조조정과 맥을 같이한다. 당국이 계열 증권사에서 CP 등을 파는 방안을 동양 측 요구로 유예해준 것도 큰 틀에서 보면 동양그룹의 구조조정안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음 구조조정 대상은 동양(금융위 고위관계자 3월)"이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6개월 가까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가 대놓고 구조조정에 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사실상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는 업무를 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금감원에 이런 업무를 모두 맡기고 뒤로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금융계 고위인사는 심지어 "금융위가 무능한 것인지, 무책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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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부분도 갈지자 행보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같은 흐름에 맞춰 정책을 바꿔야 하지만 한쪽에서는 일방적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 비전을 만드는 모순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카드ㆍ저축은행ㆍ상호금융 등 줄줄이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이 건전성 강화를 명분으로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 추후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전형적인 보신행정이 득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초반에 4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방향을 잘 잡은 것처럼 보였지만 금소원 분리문제가 청와대에서 정반대로 뒤바뀐 후 빠른 속도로 힘이 빠지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성 정책을 막는데도 금융위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선박금융공사 설립 같은 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금융위가 버티고 있지만 한꺼풀 안으로 들어가면 부산 금융연수원 설립 등 일정 부분에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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