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전공자들이 급성장하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창업이나 취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IT 분야에서도 인문계 전공자의 성공 스토리가 더 나와야 청년취업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8일 서울 서초동 비트교육센터에서 열린 '인문계 고용촉진대책 관련 간담회'에 직접 참여해 "인문계 전공자들의 취업을 촉진시키기 위해 청년취업아카데미 사업에 인문계 등 비전공자를 위한 'IT·소프트웨어 맞춤형 교육과정'을 하반기에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인문계 전공자들도 스마트폰이나 무인자동차·드론·빅데이터같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의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참여자들이 비전공자임을 감안해 훈련과정을 무리 없이 마칠 수 있도록 집중적인 멘토링을 하는 '스펙 초월 멘토스쿨'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인문계 전공자들이 진로를 바꾸는 데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크고 IT 기업들이 이공계만 우선적으로 뽑는 관행도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고충들을 쏟아냈다. 전철 스펙 초월 멘토스쿨 담임멘토는 "인문학과 출신의 유명 개발자들을 IT 현장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진로를 바꾸는 데 따른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영학과 출신인 최호근 와이즈넛 빅데이터사업부 차장은 "면접 과정에서 인문계 전공이라는 사실만 보고 어떻게 (이공계가 주로 지원하는) 이 회사에 오게 됐느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기업들이 많아 힘들었다"며 전공자 위주로만 뽑는 기업의 경우 채용 관행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준별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전 과정을 길게 만들면 중간 탈락자만 늘어날 뿐이어서 교육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양질의 인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최근 관광진흥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일자리를 늘릴 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발된 것과 관련, "반성해야 한다"며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장관은 이날 행사 말미에 "이번 국회에서 일자리를 늘릴 주요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파행을 겪어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100여개 민생법안 처리가 불발된 것을 놓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