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일관제철소건립 독자추진 천명/철강재 수급논란 재연

현대그룹이 정부의 반대입장에도 불구하고 용광로방식에 의한 일관제철소 건설계획을 독자적으로 추진키로 함에 따라 철강재 수급에 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정부는 현대가 제철에 뛰어들 경우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는 반면 현대는 철강재부문의 무역수지가 역조를 보일 정도로 국내철강시장이 공급부족을 빚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아직 어느 쪽 진단이 정확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며 너도나도 증설에 나섰다가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예에서 보듯이 정부주장대로 공급과잉이 빚어질 경우 우리경제는 언젠가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경제가 질 수밖에 없다. 물론 현대의 주장이 맞는다면 우리는 철강강국으로 부상하고 수요가 늘고 있는 동남아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든 경제현상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느쪽이 옳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급과잉 여부/정부 “공급과잉 불보듯”에 현대 “기우일뿐” 일축 ◇현대가 진출하면 공급과잉되나=논란의 핵심은 수급문제에서 출발한다. 현대는 경남 하동에 연산 6백만톤 규모의 고로(용광로)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는 오는 2005년 철강수요가 7천9백15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 현재 철강업계의 설비능력 5천2백만톤을 감안하면 신규진출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통상산업부와 산업연구원, 산업은행 등은 다양한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오는 2000년 철강수요를 5천8백26만톤, 산업연구원은 5천1백80만톤으로 각각 예측하고 있다. 현재의 설비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각 기관의 전망치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쪽 예측이 맞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출시장 충분한가/“남으면 수출”­“과잉폐해보다 수입이 유리” 맞서 ◇공급과잉의 경우 수출시장은 충분한가=현대는 공급과잉이 빚어질 경우 수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측은 산업발전에 따라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에 대한 수출을 위해서라도 고로제철소 신규건설은 불가피하며 통일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정부와 관변연구소측은 장기 고정계약이 대부분인 철강수출입의 특성상 무작정 해외로 실어나르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설비과잉에 따른 폐해를 감수하느니 모자라는 부분은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낫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급전망 신빙성/‘목적따라 신축계산’ 양측 전망 정확성 단정 무리 ◇정부와 현대의 수급전망은 신빙성 있나=현대측은 수요예측이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수요산업과 국가 경제성장 패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지금까지의 관변연구단체 수급전망은 「정책적고려」에 의해 축소 계산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른 철강업체들도 정부의 수급전망이 목적에 따라 신축적으로 제시됐기 때문에 정확성을 논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현대나 정부의 전망이 모두 품목별로 구체적인 예측치는 제쳐둔 채 전체철강을 기준으로 뭉뚱그려 작성된 것이어서 고무줄처럼 탄력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측 모두 유리한대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열연강판 부족/생산시점 2006년… 상황변화 가능성 배제못해 ◇열연강판은 지금도 부족하다=철강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도 열연강판은 크게 달리고 있으며 앞으로는 공급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일관제철소건설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열연강판을 가공해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압연업체들이 대규모 신증설을 추진한데 따른 현상이다. 올부터 2000년까지 냉연강판 설비능력은 모두 7백73만톤이 늘어나 1천5백만톤에 이르지만 냉연강판의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와 가전산업의 연평균 수요증가율은 각각 5.3%와 1.1%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냉연제품의 엄청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 부족한 열연강판을 메꾸기 위해 현대가 제철소를 짓더라도 이를 완공해 열연제품을 쏟아내는 시점은 오는 2006년 이후라는 점에서 현재의 공급부족 문제와 현대제철소 건설을 직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독자추진 가능성/사실상 불가능… 정권교체땐 부지선정 재론될수도 ◇현대는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할 수 있을까=통산부는 현대가 정부를 외면한 채 일관제철사업을 발표했지만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물론 사업계획서는 현대의 주장대로 정부에 제출할 필요성은 없지만 현대가 경남 하동지역을 제철소용 지방공단으로 조성하려면 중앙정부의 행정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된다. 지방산업단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되 면적이 30만평을 넘으면 건설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건교부는 정부 14개 부처로 구성된 산업입지정책심의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 게다가 도로나 항만,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도 정부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현대의 제철사업은 중앙정부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권이 바뀔 경우 전북 새만금지역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김희중·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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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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