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타임워너 인수를 위해 승부수를 띄운다. 타임워너 주주들에게 합병기업의 이사회 의석을 제공하고 인수가격도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머독이 회장으로 있는 21세기폭스가 타임워너 주주들에게 합병기업 이사회의 이사 자리를 제공하는 내용의 수정 인수제안서를 조만간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타임워너 측이 인수안을 거절한 것은 낮은 인수가격에다 타임워너 주식과 교환할 21세기폭스 주식에 의결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타임워너 주주들은 합병 후 회사 지분을 약 40% 보유하게 되는데도 회사 운영에 대해 발언권을 거의 가지지 못하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세기폭스가 이사회 의석 몇 석을 내줄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21세기폭스 이사회는 머독 회장과 두 아들인 제임스 머독, 래클런 머독 등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21세기폭스는 인수가격도 기존 주당 85달러에서 90~95달러로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격이 최대 주당 95달러에 책정될 경우 총 인수규모는 800억달러에서 약 940억달러(96조4,000억원)로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약 100조원에 가까운 글로벌 메가딜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타임워너 관계자들은 이 같은 수정 인수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머독 회장이 사실상 21세기폭스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사회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합병기업의 이사회 의석을 제공하는 것이 겉치레에 불과할 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인상된 가격이 타임워너 이사진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21세기폭스는 지난 25일 자회사인 독일 및 이탈리아의 스카이방송 유료채널인 '스카이이탈리아'와 '스카이도이칠란트' 지분 100%와 57%를 영국의 위성방송 B스카이B에 90억달러에 매각했다. 이 자금은 타임워너 인수 대금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폭스는 또 타임워너를 인수할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CNN을 매각해 60억~100억달러를 확보하는 한편 250억달러를 대출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