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패션 「재즈음악회」(경영현장에선 지금)

◎정도경영 실천 ‘열린 공간’ 활용/음악회서 뒤풀이 맥주파티까지 무료/임직원도 참석 고객과 부담 없는 대화/매달 마지막주 금요일 무대 ‘만원사례’피아노, 색소폰, 콘트라베이스, 트럼펫 그리고 드럼이 빚어내는 절묘한 재즈음이 1백여평 남짓한 홀을 가득 채운다. 신관웅 재즈밴드의 연주회. 트럼펫의 애끊는 고음이 아슬아슬 고비를 넘어가자 색소폰은 거칠면서도 묵직한 저음으로 쓸쓸함을 토해낸다. 이어 피아노는 작으면서도 깜찍한 듯 하다가고 폭풍같은 소리로 관중을 깨우고 베이스는 언제나 말없이 지켜주는 보디가드처럼 리듬을, 그리고 세컨드 멜로디를 계속 읊조린다. 그 뒤는 드럼이 잇는다. 까불거리는 삐에로처럼 왔다갔다가 다시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다시 조용해지고….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서울 압구정동 LG패션 사옥 9층에 자리한 「마에스트로홀」을 찾으면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LG패션은 매달 한차례씩 일반고객들을 위해 재즈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9월로 이 행사는 13회를 맞아 이제는 많은 고정팬도 확보하고 있다. 이 음악회는 약 2시간 동안 계속된다. 초대손님으로는 타악기연주의 대부로 불리는 유복성씨와 같이 재즈분야의 대가들이 망라된다. 행사가 열리는 동안 신홍순 LG패션 사장은 사업관계 지인, 임직원들과 함께 홀중간쯤에서 어울린다. 또 연습을 끝마친 모델라인소속 모델후보생 30여명도 뒷줄에서 자신들의 미모보다도 아름답고 강한 음악에 흠뻑 빠져들곤 한다. 이쯤되면 3백여명의 젊은 고객들은 모두 음악의 감미로움,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재즈에 심취하게 된다.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LG가 재즈음악회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재즈를 즐겨듣던 신홍순사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재즈음악인 신관웅, 김준씨 등과 의기투합, 재즈를 보급하면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신사장은 재즈가 널리 보급된 일본에서 직접 음악회 운영방식도 배워왔다. 『이 행사를 연 초기에는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우리회사 임직원들만 자리를 채웠다. 그러다 대학로 등에 포스터를 내붙이고 입에서 입으로 행사내용이 퍼지면서 서서히 젊은 고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는게 김종수마케팅담당이사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이 음악회를 찾은 고객들은 대략 3천여명 정도로 이제는 매회 빈자리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 음악회는 모든게 무료다. 재즈를 연주하는 신관웅밴드도 무료로 출연하고 있고 가끔씩 등장하는 김준씨도 무료출연이다. 유복성씨는 이 무대가 좋아 신관웅 밴드에게 출연을 부탁할 정도다. 무료는 또 있다. 음악회가 끝난뒤 마에스트로홀 위층, 옥상에서 열리는 맥주축제는 OB맥주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다른 맥주업체도 제공하겠다고 매달리지만 신사장은 친구인 유병택 OB맥주사장의 청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LG패션은 이 행사가 회사경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김종수이사는 『사장을 포함해 임직원들이 음악회와 맥주파티에 참석, 일반고객과 자리를 같이 하다보니 고객이 원하는 바를 더욱 쉽게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또 재즈음악인들의 활동기회를 넓혀주고 고급문화의 보급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확산 효과도 부수적으로 얻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회사가 매달 한번씩 여는 이 행사는 그룹에서 강조하는 정도경영의 또다른 표현으로 보였다.<문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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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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