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27일부터 서울 강남ㆍ서초구 일대에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인근 숙박시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주민으로 '만실'을 기록했다.
28일 JW메리어트호텔 관계자는 "비가 많이 내린 전날 저녁 예약을 하지 않고 직접 찾아온 워크인(walk-in) 손님이 평상시보다 많았다"며 "당시 호텔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이 찾아와 30~40개 객실이 순식간에 찼고 평소 80%선이던 객실 예약률이 100%가 됐다"고 밝혔다.
대치동에서 가까운 인터컨티넨탈호텔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호텔 관계자는 "폭우가 쏟아지기 전날 늦게 갑자기 고객들이 찾아왔다"며 "만실이던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점은 손님을 더 받을 수 없었고 그랜드인터컨티넨탈의 경우 50객실 정도가 추가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정전이 시작된 27일 오전부터 근처 호텔로 몸을 옮긴 서초동 주민 한모(37)씨는 "관리소가 대처할 수 없었는지 물도 전기도 갑자기 끊겼다"며 "길이 위험해 아이들이 학원도 못 가는 상황이라 화장실 볼일이라도 보려면 집을 나와야 했다"고 불편했던 상황을 털어놓았다.
오피스텔이지만 호텔처럼 일정 기간을 빌려 쓸 수 있는 레지던스(residence)나 모텔도 비슷했다. 강남ㆍ역삼ㆍ삼성역 근처에 몰려 있는 레지던스는 한 달이나 주 단위로 임대하는 경우가 많아 여유 객실이 별로 없었는데도 "하룻밤 묵을 수 있느냐"는 고객의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인근 A레지던스 관계자는 "휴가철이라 기존 고객에 성수기 예약까지 겹쳐 당일 예약이 어려운 상태였지만 늦은 밤까지 빈 방이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사무실이 몰려 있는 역삼역 인근 모텔에도 귀가를 포기한 직장인들이 몰렸다. I모텔 직원은 "비가 오는 평일 저녁인데도 손님들이 제법 왔다"며 "여행가방에 간단하게 짐을 싼 가족이나 넥타이 차림의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집중호우로 12만6,000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지만 이 가운데 99%가 복구돼 전력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지는 비로 강남ㆍ서초 지역 일부 아파트의 전력 공급 시설이 아직 복구되지 않아 주민의 불편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