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초동의 신선고개/한명희 국립국악원장(로터리)

국립국악원과 예술의 전당은 우면산자락에 안겨 있다. 보기에는 야트막한 것 같아도 가까이 서면 의외로 골도 깊고 숲도 무성하다. 교통이 불편해서 그렇지 한국을 대표함직한 예술기관이 들어선 터치고는 손색이 없을 만큼 어느면으로는 한적하고 운치도 있다.그런데 이처럼 호젓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면산의 존재와 효용을 잊고 지내는 것 같다. 우선 국악원의 위치를 알릴 때도 남부순환도로가 어떻고 하면서 설명하지 우면산을 거론하지는 않는다. 하기야 우면산 기슭에 숱한 공연장을 건립하고도 터줏대감격인 우면산 이름을 한 자도 거론하지 않아서야 되겠느냐는 뜻에서 몇해 전 국악원 소극장의 이름을 우면당으로 개명한 적은 있다. 여하간 우면산 자락의 국립국악원을 운영하는 책임자의 입장에서 요즘 나는 우면산에 얽힌 몇가지 공상을 골똘히, 그것도 절실하게 되풀이하곤 한다. 조용한 숲 쪽으로 아담한 한옥을 지어 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한 격조높은 문화사랑방 기능을 했으면 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고, 불편한 교통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이 닿는 양재역에서 사당역까지 우면산 기슭을 지나는 관광 겸용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인상적으로 가설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보다도 더욱 절실한 꿈이 있다. 국악원이 위치한 남부순환도로 언덕빼기쯤의 우면산 기슭에 그야말로 서울의 명물이 될 거대한 예술조형물 하나쯤 세우면 더없이 좋겠다 싶은 게 곧 그것이다. 허우대는 거창한 예술기관들이 밀집해 있으면서도 이들을 한눈에 알아보고 가슴 속에 기억할 변변한 상징물 하나 서 있지 못한 것이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싱가포르의 바다사자상같이 거창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마침 터이름이 우면산이니, 옛 우리네 민화에서 보듯이 신선이 소타고 피리불며 가는 상이라도 조촐하게 세워놓는다면 얼마나 멋지고 운치있겠는가. 더욱이 순환도로의 언덕빼기 이름도 신선고개쯤으로 불러준다면 예술기관들과도 인연이 닿아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어느 독지가가 나서서 이 불후의 명물을 만든다면 앞으로 국악원을 알릴 때도 남부순환도로 어디쯤이 아닌 「서초동 신선고개 소타고 피리부는 신선상 있는데」라고 금세 알릴 수가 있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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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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