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 제33회 무역의 날을 맞은 정부와 업계의 심정은 그 어느때보다 침울하다. 수출이 하반기 이후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라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을 만큼 최악의 위기를 맞으며 벼랑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우리수출은 무역입국을 선언한 지 30여년만인 지난 95년에 수출 1천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괄목할만한 외형성장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구조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수출증대에 제동이 걸렸다.
문제는 지금의 분위기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품질고급화 노력이 없는한 현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올해 무역의 날 포상에서 요즈음 우리 수출산업의 현실을 여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수출업체 최고의 영예인 「1백억불 수출의 탑」은 물론 「50억불 수출의 탑」 수상업체가 한군데도 나오지 못했다.
최근의 경제위기도 수출부진에 따른 외환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부족한 외화를 조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사실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며 일본이나 미국에 협조융자를 구걸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같은 방법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드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 수출산업은 「고비용저효율」이라는 구조적인 취약성에 발목이 잡혀 있다.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한 경쟁력강화 등 원초적인 과제는 물론 일부 상품과 지역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과감히 시정해야 하는 것이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은 노력여하에 따라 보다 멀리뛰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힘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뒷받침될 때만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수출드라이브에 다시한번 시동을 걸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