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임박하면서 저축은행은 대출을 극대로 조심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주요 먹거리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아예 중단한 상황.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파구로 찾은 것이 신용대출. 새 길을 찾는 것인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 당국도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세는 잘 알고 있지만 마땅한 먹거리가 부족한데다 저축은행 본연의 업무로 돌아간다는 차원에서 눈을 감고 있다. 그러나 자산이 급격하게 불어나면 연체 등 뒤탈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가율 70%대까지=서울의 대형 저축은행인 A사는 8월 말 현재 신용대출 잔액이 8,200억원으로 지난해 말 4,606억원에서 3,594억원이나 늘었다. 증가율로만 무려 78%에 달한다. 정부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 가이드라인을 연 7% 정도로 잡고 있다.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중형사인 B사도 현재 잔액이 1,500억원대다. 지난해 말만 해도 1,000억원대 초반이었지만 올해 들어 제법 몸집을 불렸다. 40~50%가량 증가한 셈이다. 대형사인 C사도 현재 신용대출 잔액이 9,500억원 수준이다. 전체 자산의 절반에 육박한다.
저축은행 업계는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유사 업권 중 가장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말 대비 올해 6월 말 현재 가계대출이 9.3% 증가했다. 서민금융기관인 신용협동조합(8.9%), 새마을금고(8.1%), 농협(4.1%) 등은 저축은행보다 증가폭이 적었다. 저축은행의 대출금액(8조9,156억원)이 가장 적은 탓도 있지만 속도가 빠른 것도 사실이다.
저축은행은 당장 먹고 살려면 신용대출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인데다 대출을 해줄 곳도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금리가 연 30%대여서 저축은행에 고수익을 가져다 준다.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은 대부업체에서 거절 받은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별다른 수익원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내년부터 문제 생길 수도=금융권 관계자들은 신용대출의 특성상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1년 뒤부터 연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로 내년도 세계 경제 전망이 한층 불투명해져 국내 경기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 경우 서민들이 대출을 연체할 가능성이 있고 저축은행 등 은행권보다 건전성이 취약한 2금융권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9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 최악의 경우 저축은행의 가계 연체율이 46.48%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주도하고 있다"며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육박하고 신용대출 시장이 포화인 상황에서 일부 저축은행의 공격적인 영업행태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