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둘러가는 길에서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네 인생사는 엉킨 실타래만큼이나 복잡다단하다. 이순(耳順)을 넘겨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실패하고 좌절했던 일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직업을 선택할 때, 사업을 펼칠 때, 정치인의 길로 들어설 때 등등에서 그랬다.


그리고 그때마다 한여름 밤의 은하수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고뇌하고 또 고뇌했었다. 뜻한 대로 곧바로 지름길로 들어섰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필자의 동년배들은 어려운 청년 시절을 보냈다. 웬만한 집의 장남도 달걀 하나를 통째로 먹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저렇게 주어진 책임 때문에 나대로의 길을 접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길이 따로 있었지만, 내키지 않는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 친구들의 형편이야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고 사회에서 만나 친해진 동년배들과 거나하게 술 한 잔 걸치고 마음 깊이 묻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다들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선택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지름길에 대한 미련이 생기기도 한다. 인생의 시계는 한시도 멈춰 서지 않기 때문에, 인생의 길은 단지 하나를 선택해 걸어가야만 하므로 누구나 겪는 과정이고 회한일 것이다. 게다가 때로는 뜻하지 않게 일이 크게 틀어져 아주 오랫동안 멈춰서 있어야 했거나 내키지 않아도 먼 길로 둘러가야만 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너무도 아프고 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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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시련이 꼭 손해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멈춰 섰던 시간에, 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인연이 절대 헛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고비 한고비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얻었고 정말로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멈춰 선 자리였기에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둘러가는 길이었기에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내달릴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앞에 또렷이 나타났다.

먼 나라의 이름 모를 고을에서, 그것도 수천 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전해지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이야기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입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야기처럼, 살다 보면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은 언제나 있을 수 있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일희일비하거나 좌절하지 말라는 교훈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멈춰서 있는 동안에, 둘러가는 동안에 흘러간 시간 또한 회복할 방법은 여럿 있다고 생각한다. 좌절하거나 가던 길을 되돌려 처음의 자리로 되돌아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혹여 그 시간이 못내 아쉬워 내내 마음이 쓰이거든, 그 시간은 벌어들이면 된다. 학생이라면 앞서 진학한 친구보다 책 한 권씩 더 읽어나가면 될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앞서 입사한 선배보다 성과 한 가지씩 더 이뤄나가면 될 것이다. 사업가라면 앞서 가는 경쟁사보다 아이템 한 가지씩 더 찾아 나가면 될 것이다.

부지런히 시간을 벌어가다 그래도 부족하다 생각되거든, 앞질러 갔던 이들보다 먼저 깨어나 한 발짝씩만 더 걷자. 그들보다 좋은 성과를 더 많이 거둘 수 있을 것은 너무도 분명하고 생애는 그때마다 점점 더 길 어지고 왕성해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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