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선홍회장 왜 퇴진못하나

◎임직원들 “구심점 사라지면 기아는 끝”/외부인물 영입→3자인수 우려도 작용정부와 채권은행단이 기아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김선홍회장의 퇴진을 비롯, 등기이사들의 경영권포기각서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기아경영진의 목을 죄고 있다. 특히 5일 강경식부총리도 채권단의 이같은 입장에 동의하면서 김회장의 거취는 기아사태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기아의 입장은 분명하다. 김회장의 퇴진각서는 「수용불가」다. 기아는 채권단의 자금지원 없이 자구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회장 퇴진에 대한 「외압」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도리어 임직원들은 「김회장 중심의 기아재건」을 선언하고 나섰다. 김회장은 이미 기아그룹 여의도 본사 11층에 있는 회장실을 정리한 상태다. 『그동안 쌓아 온 경영계와 개인적인 지기에게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추하게 보인다』며 지난달 31일 채권은행단 회의가 끝난 직후 책상을 정리토록 지시했다. 경영권에 미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게 비서실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회장이 자신의 거취를 쉽게 결정짓지 못하는 것은 「김선홍」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질 경우 「기아는 끝」이라는 임직원들의 강한 뜻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기아의 고위관계자는 『김회장의 거취는 그룹향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김회장을 붙잡고 물러나서는 안된다고 읍소한게 벌써 두번째』라고 말했다. 기아그룹 임직원들은 김회장 퇴진압력에 강력하게 맞서는 이유로 여러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가 형평성문제. 진로의 경우 경영권 포기각서를 쓰지 않았지만 원리금상환유예조치를 취해준 전례와 김회장에 대한 입장은 너무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회장에 대한 퇴진압력에는 저의가 있다는게 기아의 인식이다. 『김회장 퇴진은 기아의 제3자인수를 위한 것』이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김회장의 대안으로 채권은행단이 지정한 제3의 외부인물이 영입될 경우 최대주주인 미국 포드자동차지분(16.91%)은 물론 14%에 달하는 경발위와 우리사주 등 종업원주식을 처리하게 된다는 게 기아의 인식이다. 또다른 측면은 채권단의 명분이 약하다는 것. 기아는 『채권단의 기본입장이 조기경영 정상화라면 현상태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것은 기아의 자구노력이다』며 『현재 우리는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거부함으로써 채권단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회생하기 위해서는 자구노력이 거의 유일한 대책이다』고 말한다. 채권단이 경영부실의 책임이 있는 김회장과 노조가 어떻게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전개할 수 있느냐며 김회장퇴진과 감원에 대한 노조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기아가 처한 현실(강도높은 자구노력이 유일한 회생방안)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기아는 김회장이 퇴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기아의 입장은 지난 4일 채권단회의에 보낸 「김회장이 당장 퇴진할 수 없는 8가지 이유」(해명서)에 잘 담겨 있다. 이 해명서에서 김회장은 『당장 집으로 갈 수 없는 것은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자리를 떠날 경우 기아가족들의 거취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 등 해외프로젝트에서 국가원수들과 개인적으로 약속한 협약 준수 ▲기아특수강, 아시아자동차, 기산의 처리에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점 등을 들었다. 김회장은 절대 퇴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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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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