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자”는 없는데… 온통 “팔자”(부동산값 거품 빠진다)

◎작년 강남·신도시아파트 매입자 “후회막급”/땅 시세 70∼80%선 매물 “폭락전주곡” 전망/부동산업소 “3월이후 매매 한건도 못해” 울상지난 3월 목동 신도시 9단지 아파트 35평형을 사서 이사온 이영주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터지면서 14년동안 직장생활한 보람이 무너지지는 않는 것인지 불안에 떨고 있다. 이씨가 아파트를 계약하 것은 지난 1월. 이상현상으로까지 불리던 지난 겨울 융자 8천만원을 보태 3억3천만원에 구입했다. 아파트가격이 강보합세를 유지하던터라 상투라는 생각은 못하고 계약을 서둘렀다. 직장생활 14년, 결혼 11년만에 무주택자 꼬리를 떼고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지만 부모를 모시는 처지여서 무리를 해서라도 중형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다. 이씨처럼 지난 겨울 아파트가격이 크게 오른 서울 목동, 분당,일산 등에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이 시세전망을 물어보는 문의가 중개업소마다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중개업소는 급매물이 쌓인데다 비수기철이 겹쳐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분당 신도시 상록마을 부동산랜드 공인중개사사무소 이문자 대표는 『짧은 기간동안 가격변동이 이처럼 심한 적은 없었다. 3월이후 매매계약서를 한 건도 못썼다.』고 밝혔다. 목동신도시 소만공인중개사사무소 림재인대표는 『지난달부터는 매매는 물론 전세 수요도 끊겨 부동산거래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아파트가격이 떨어지면서 부동산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던 재개발·재건축아파트 지분 거래도 크게 줄고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컨설팅 정종철 사장은 『건축규제 강화로 재개발사업이 된서리를 맞았을 때도 요즘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며 『부동산경기침체가 아파트 뿐 아니라 모든 부동산으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개인 소유 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팔아달라고 의뢰한 물건이 중개업소마다 널려있다. 매각 대상 부동산은 강남 요지의 나대지를 비롯해 5백∼6백평 규모의 상업지, 수도권 준농림지 등 다양하며 가격도 시세보다 20∼30%는 낮게 쏟아져 나왔다. 대형 중개법인인 코리아랜드 강영수 사장은 『기업 소유 급매물도 많지만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자 땅주인들이 가격을 계속 내리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경기도 양주군에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주영씨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은행 대출독촉을 이길 수 없어 지난해 10월 공장를 비롯해 사옥으로 이용하던 4층짜리 건물까지 부동산중개업소에 팔아달라고 내놨지만 아직껏 소식이 없다. 김씨는 올들어 빨리 처분하기위해 매도가격을 시세의 70%로 내리고 잔금 납부조건도 연말까지 연장했으나 원매자가 나서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 특히 기업 보유 땅은 일부 대형 부동산업소에 「극비」조건을 붙여 내놓기 때문에 겉으로 들어난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이라는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얘기다. 부동산컨설턴트인 박준호씨는 『소문 하나에 금융기관 자금줄이 막히고 기업이 도산하는 바람에 부동산 매각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런 약점을 노려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깎기위해 「저울질」을 하는 바람에 기업 보유 부동산은 시세보다 낮게 거래되기 마련』이라며 『기업 보유 부동산 증가는 가격하락 가속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경매시장은 가격하락과 매물증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매물증가 뿐 아니라 유찰횟수도 늘고 있다. 영선부동산중개 나천수사장은 『금융기관의 채권회수강화로 개인 소유의 주택, 토지 뿐 아니라 공장, 건물, 준농림지 등 덩치 큰 기업 부동산까지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며 『2∼3회 유찰을 거쳐 낙찰자가 나타나던 과거와는 달리 5∼6회 유찰을 거듭, 시세의 절반이하로 떨어져도 선뜻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드물다』고 설명했다. 나사장은 『부동산 폭락현상의 전주곡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했다. 중소기업체가 몰려있는 영등포 공구유통상가 주변은 먹구름만 쌓였다. 경기침체로 주문마져 없는데다 자금난에 쪼들린 업체들이 상가를 내놓은지 오래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20평규모의 상가는 지난해 이맘때만해도 7천만∼8천만원 정도의 권리금이 붙어 거래됐지만 요즘은 권리금은 그만두고 분양가도 못 건지는 형편이다. 신도시 소규모 상가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초까지는 건물이 들어서기도 전에 평당 1백∼1백50만원정도의 바닥권리금까지 붙어 거래되던 상가가 대형 할인매점이 속속 들어서고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평당 5만∼10만원정도 보증금을 내려 받고 있으나 빈 상가가 널려있다. 일산 흰돌컨설팅 김치영 사장은 『미분양으로 건축비도 못건져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주엽역 인근에 위치한 J프라자 개발업체는 지난 3월 건물이 완공된후에도 분양이 안되자 당초 분양가보다 30%정도 싸게 내놨으며 건축비 일부라도 뽑기위해 임대로 돌렸으나 뽀죽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한참 인기를 끌었던 전원주택도 수요가 크게 줄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던 개발업체들이 이윤은 둘째치고 공사비라도 건지기 위해 갖가지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유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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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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