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터뷰] 김상훈 ETRI 자동통역연구실장

"통역·음성인식 엔진기술 해외에 알릴 좋은 기회"

국내기술 통역 앱 '지니톡' 인천아시안게임서 시범제공

인식 단어 수 10만개 달해

"스마트폰 없이 이용하는 통역엔진 만드는 것이 꿈"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많은 아시아 국가 선수와 임원들이 국내기술로 만든 자동통역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길 기대합니다. 한국의 통역·음성인식 엔진기술 수준을 알리는 좋을 기회가 될 테니까요."

김상훈(47)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동통역연구실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9일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시범제공되는 자동통역 앱 '지니톡'에 대한 기대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지니톡은 지난 2012년 ETRI가 한국어·영어 음성통역 앱으로 내놓았었다. 그리고 2년간 일어·중국어로 확장해 현재 총 4개 언어 통역이 가능하다. 보다 정확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게 지니톡의 강점이다. 수많은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구글 번역기가 상대적인 데이터 부족으로 한국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김 실장은 "한영 통역과 같이 서로 전혀 다른 문장 구조를 분석해 대역사전으로 바꾸는 복잡한 '룰 베이스' 방식과 데이터 기반의 통계적 방식을 혼합한 독창적 기술"이라며 "해외의 다른 어떤 번역·통역 엔진과 사용자만족도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니톡이 인식하는 단어 수는 10만개에 달하고 음성인식률 90%, 자동통역률은 80% 정도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무선데이터통신을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는 서버형만 제공하지만 ETRI 자동통역인공지능센터는 이번에 스마트폰에 깔기만 하면 데이터를 쓰지 않고도 블루투스로 상대편 스마트폰과 동시에 통역할 수 있는 단말탑재형 버전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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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톡은 2012년 출시 후 현재까지 다운로드가 약 200만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만~40만건은 해외에서 다운로드됐다.

김 실장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서는 통역 엔진이 제대로 홍보가 안 돼 무척 아쉬웠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참가자들에게 10년 넘게 연구원들이 땀 흘려 만든 결과물을 이용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1992년 ETRI에 입사한 후 줄곧 음성인식·통역 분야에 매달렸지만 연구가 본격적 궤도에 오른 것은 1999년 한일 자동통역기를 처음으로 시연하고서도 한참이 지난 2008년부터다. 당시 주위에서는 고작 500단어를 조합하는 수준인 통역기를 두고 상용화는 멀고 먼 얘기라며 말리기 일쑤였다.

"구글·IBM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휘젓는 세계 번역·통역 엔진 시장에서 우리말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상황이 창피했지요. 통역 엔진 시장에서도 우리말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었습니다."

통역 엔진 연구는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 벤처 붐으로 연구원 인력이 대거 유출돼 자동통역인공지능센터 인력 20여명 가운데 당시 연구원이었던 김 실장을 포함 단 3명만 남을 정도로 쇠락하기도 했다. 그는 "인간을 다루는 휴먼테크놀로지는 갖가지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과 다양한 문제들에 부딪히는데 이때 포기하기 쉽다"며 "산적한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해나가며 흥미와 열정을 갖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과제는 스마트폰 없이 귀에 꽂는 간편한 단말기로도 세계 각국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통역 엔진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후배 연구자들에게도 "작은 성과를 올려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큰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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