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현재 정부 고위직 간부와 공공기관 기관장 자리 80여개가 임자를 구하지 못한 가운데 하반기 중 추가로 40개에 육박하는 공공기관들에서 기관장이 임기를 마치는 탓이다. 따라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이 취임하면 현 정부 2기 내각이 시급히 고위직의 빈자리부터 채우는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무총리실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세월호 사태 이후 한층 불거진 '관피아' 논란의 여파로 고위공직자들의 인사적체가 지속되면서 정책기획과 조율상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요 정책 분야별 현장반장 역할을 해야 할 국장급 자리의 공석만도 50여개에 달하는 탓이다.
당장 오는 8월 중 2014년도 세제개편안을 완성해야 하는 기재부만 해도 세제실 내 관세국장(정책관)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도 9월까지 마련해야 하는데 기재부는 행정예산국장(심의관)도 없이 예산안 심사작업을 하는 상황이다. 기재부에서는 협동조합정책관, 대외경제협력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등도 자리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인사 공백 역시 만만치 않다. 경제를 살리려고 온 나라가 규제 해소를 외치는 와중인데 정작 총리실 규제조정실장 자리에는 아무도 앉히지 못하고 있다. 공모 기간을 합치면 공백 기간은 사실상 연초부터 6개월이 넘었다. 정무운영비서관과 제주특별자치도정책관도 임자 없이 방치됐다.
안전행정부·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안행부에는 공석이 다섯 자리나 된다. 국가기록원장과 지방행정연수원 교수부장, 정보통합전산센터 운영기획관, 소청심사위원 등이다. 국토부와 복지부 등에서도 각각 한두 곳씩 고위직이 비어 있다.
공석인 자리의 업무는 서로 연관업무를 다루는 다른 실·국장이나 공석 고위직 휘하의 주무과장이 대타 역할을 떠안고 있다. 그러나 자기 실·국·과 업무 챙기기도 빠듯한 데 남의 일을 떠맡아야 하는 지경이니 민감하거나 중요한 사항은 좀처럼 진척을 내기 어렵다는 게 대타 간부들의 대체적인 하소연이다.
정부부처뿐 아니라 공공기관들에서도 인사구멍 문제는 심각하다. 현재 총 304개 공공기관 가운데 29곳의 기관이 장기간 기관장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강원랜드·기초과학연구원·한국인터넷진흥원·선박안전기술공단·법률구조공단·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은 공모를 통해 새 수장을 구하고 있지만 적합한 인사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존 기관장이 임기 만료 후에도 직무를 임시로 수행하는 기관조차 나올 정도다.
이런 가운데 교통안전공단과 무역투자진흥공사 등 39개 기관장의 임기가 올해 추가로 만료된다. 라영재 공공기관연구센터 부소장은 "공공기관장과 고위공무원이 공석인 것은 배에 선장이 없다는 뜻"이라며 "임명권자인 청와대가 인사를 늦추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인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각 부처 등이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하기도 쉽지 않다. 기재부의 경우 당장 하반기 경제운용방향과 내년도 세법개정안,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업무의 연속성이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서다. 다른 부처도 비슷하다. 따라서 임시변통이나마 당장 급한 일부 자리 등에 대해서만 소폭 인사를 단행해 적체를 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재부에서는 1급 이상 일부를 소폭 영전하거나 전보하고 청와대 등으로 파견간 일부 인사 등이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국장급 이상 공직자들의 유관부처 수평 이동도 예상된다.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가 "부처 간 협업 차원에서 기재부의 유능한 직원들의 유관부처 진출을 확대하는 등 인력 순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서다. 기재부뿐 아니라 모든 부처의 고위 간부가 소속 울타리를 뛰어넘어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