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하는 수출 효자산업이다. 하지만 진짜 수출 효자산업은 따로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잘 모르지만 바로 '소재·부품산업'이다. 우리 소재부품산업은 이미 지난 2010년 세계 5대 강국으로 미국·독일·일본 등 유수의 선진기술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소재부품산업의 수출총액은 2,531억달러를 기록했고 1,000억달러에 가까운 무역흑자를 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전산업 수출총액의 47%를 차지하고 전산업 무역흑자 441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이처럼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자리 잡은 소재부품산업은 2020년에는 일본을 넘어 4대 강국으로 우뚝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01년 부품소재특별법 제정 이후 본격화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 그리고 민간 부문의 투자라는 3개의 톱니바퀴가 유기적으로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투자연계형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1조원에 이르는 민간자금이 소재부품기업에 투자되면서 소재산업 발전을 위한 든든한 촉진제가 됐다.
이처럼 기업과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과 함께 민간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는 대부분이 은행권 담보대출을 통한 융자밖에 없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바로 가치투자다.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고 투자하는 이른바 가치투자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투자자 또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윈윈(Win-Win)형 투자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중소기업 간 정보비대칭성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투자자는 기업에 대한 정보 획득이 어렵고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은 지분투자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투자자와 기업은 아군과 적군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양측의 정보비대칭성을 완화시켜 기업에는 투자자의 정보를, 투자자에게는 기업의 정보를 신뢰성 있게 제공해주는 투자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KITIA)가 함께 출범시킨 '민간투자협력네트워크'가 좋은 사례다. 이 사업은 기업발굴→성장 컨설팅→민간투자의 3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기업현장을 잘 알고 있는 업종별 협회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전문 연구기관이 함께 성장 유망기업을 발굴하면 이들 기업은 전문 컨설팅 기관의 투자유치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이때 기술성 평가 및 투자유치컨설팅에 대한 비용은 정부가 90%까지 지원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업은 자사 기술력에 대한 공신력 있는 평가와 효율적 투자유치 전략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투자유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이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KITIA는 각 산업별 전문투자 심사역 풀을 확보해놓고 이들을 대상으로 준비된 기업에 대한 개별 또는 공개 기업설명(IR)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소재부품 민간투자협력포럼'을 분기마다 개최해 기업·투자기관·유관기관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유도하고 참여자는 최신기술 및 투자정보를 상호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이 우리 소재부품기업과 국내·외 투자기관 간의 간극을 메워주고 우리 소재부품산업이 세계로 도약하기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