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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의 승마속으로] <1> 승마와 만나기

승마 테크닉, 말에 대한 이해가 첫걸음

4년간 치운 말똥만 10톤 넘어 귀족스포츠 이미지와는 달라

기승자-말 관계가 승마 질 좌우… 교감 위해 자기성찰·반성도 필요

마장으로 나가기 전 말 등에 안장을 올리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지상 승마교실인 '정구현의 승마 속으로'를 연재합니다. 필자인 정구현씨는 4년여의 입문과정 기간 모은 승마일기를 책으로 엮은 '1,000일간의 승마표류기(플러스81스튜디오 펴냄)의 저자입니다. 한국마사회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면서 승마지도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대학원에서 승마 관련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열혈 승마 동호인입니다.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에 마사회 교관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덧붙임으로써 웰빙 레포츠인 승마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게 필자의 소망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따르릉~ 따르릉~.' 한 4년 전부터 새벽 5시가 되면 제 머리맡의 자명종 시계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승마를 하러 가는 저에게 주변에서 그 이유를 묻습니다. "운동 삼아서? 말이 좋아서? 말 다루는 회사에 다니니까? 다이어트나 허리운동을 위해서?" 저도 아직 확답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승마를 시작한 2011년 1월부터 지금까지는 온몸으로 말을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해온 시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한 가지 결론은 승마가 TV에 나오는 귀족 스포츠의 이미지처럼 결코 우아하지 않다는 겁니다.

말과 함께해야 하는 운동이기에 말을 매일 손질하고 운동시켜야 합니다. 차츰 소개하겠지만 평보·속보·구보 같은 다양한 보법을 교관들한테서 배우면서 처음에는 말에서 떨어지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또 말을 타는 것 이외에 해야 할 일이 그토록 많은지 전혀 몰랐습니다. 특히 말을 진심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매일 발굽을 파주고 목욕도 시켜줘야 하죠. 아마도 지금까지 치운 말똥만 해도 10톤이 넘고 발굽 파주기와 목욕, 빗질 횟수는 1,000번이 넘을 것입니다. 더불어 개인 장구(부츠·바지·안장 등)를 잘 관리하는 등 소소한 것들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많고 말이 얼마나 복잡한 녀석인지를 알아갈수록 승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답니다.


이 칼럼에서는 우선 많은 승마 기술을 소개합니다. 각주와 최대한 쉬운 설명을 첨부하겠지만 아직 승마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글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읽고 기억 속에 저장해두면 승마를 경험할 시기에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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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제시할 주제는 말에 대한 이해입니다. 기승자와 말의 관계는 승마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초보자들이 간과하기 쉽습니다. 또한 말과의 교감을 위해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데 이러한 내용도 자주 다룰 예정입니다. 진정한 승마인은 테크닉이 아니라 말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시기별로는 승마를 몸으로 느끼는 초보 단계, 몸으로 생각하는 단계, 몸으로 표현하는 단계로 구분해 설명하려 합니다. 초보 때는 잦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반성과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다음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 몸으로 많은 방법들을 시도하며 승마를 더욱 자세히 알아가는 단계입니다. 가끔은 말과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슬럼프도 겪을 수 있지만 큰 성취감을 얻게 되지요. 마지막 몸으로 표현하는 단계란 말과 진정한 운동 파트너로서 보다 큰 목표를 향해 한 몸이 돼간다는 의미지요.

승마 입문은 늦었지만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교관님과 선수들을 만났고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굉장히 신 나는 일을 했을 때, 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미치도록 자랑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사람들처럼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또한 몸과 마음 곳곳에 남아 있는 승마의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4년 정도 꾸준히 새벽 5시에 일어나 승마를 했고 승마지도사 자격증을 땄으며 승마 관련 책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신체적으로도 변화를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3년간 복부지방 비율이 감소했고 허리둘레도 줄었습니다. 승마 특유의 동작에서 오는 운동적 특성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승마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도전을 통해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겁니다.

/'1000일간의 승마표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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