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이디어·신기술로 소비자 공략(96 히트상품)

◎우리에게 불황은 없다/말하는 삐삐… 갈아먹는 배… 패션아파트…/대금 후불제 등 고객서비스 전략도 주효/하이트·김삿갓·탱크 등 「장수상품」 대열에히트상품은 기업체마다 추구하는 목표다. 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많은 수익을 올려줄 수 있는 히트상품을 내놓지못한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판매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기업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트상품을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상업화에 성공하는 제품은 10%정도에 불과하고 이가운데 최고 인기제품인 히트상품으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기호에 딱들어 맞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품질면에서도 우수성을 인정 받아야 한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활동 등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서울경제신문사는 산업계의 활발한 기업활동을 상징하는 96년도 히트상품을 선정, 발표했다.히트상품의 영예를 차지한 상품들을 중심으로 최근 급변하는 소비시장과 인기상품 변모추세를 종합 점검해본다.<편집자주> ○소비자취향 「1인10색」 신세계백화점 부설 유통연구소에서는 최근 소비자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80년대초 소비자들의 특성이 「10인1색」이라면 80년대중반서부터 90년대초가지는 「10인10색」, 90년대중반부터는 「1인10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소 과장된 것 같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의 개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취향이 다양해짐에 따라 히트상품의 개념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80년대까지 남이 만들어내지못한 신상품정도면 히트상품으로 간주됐으나 90년대들어서는 나오는 제품마다 신상품이고 신상품이 쏟아져나오는 만큼 히트상품이 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장조사와 분석, 뛰어난 아이디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제품개발의 추진, 효과적인 마케팅전략, 경영자와 현장 직원들의 팀워크 등 기업 전사적인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거둘 때에야 비로소 히트상품을 출현시킬 수 있다는 까다로운 히트상품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히트상품을 곰곰히 관찰하면 소비자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주는 그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다. 개성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아이디어를 번뜩이고 있다. 해태음료의 「갈아만든 배」를 예로 들 수 있다. 배를 갈아 소화를 촉진시킬 수있는 천연음료를 만들어 지난 5월부터 시판했는데 수요가 폭발, 원료부족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좋은 음료를 왜 지금까지 개발해내지못했느냐』는 불만(?)어린 소리와 함께 식혜음료인 「비락」히트이후 최대히트상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는 상품으로 대한보증보험의 「주택임대차신용보험」을 빼놓을 수 없다. 집없이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떼일 처지에 빠질 경우 보증금 전액을 보상해주는 보험으로 약자위치에 있는 서민들로부터 전폭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95년 10월 첫선을 보인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국내 전세가구가 5백68만가구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거의 무한한 시장을 안고 있는 셈이다. 자가용시대를 신용카드에 접목시킨 「삼성자동차카드」는 자타가 인정하는 아이디어성 히트상품. 「김포월드아파트」는 차가운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는 아파트시장에서 패션아파트를 처음 선보이며 주거분위기에 큰 변화를 준 경우. 아파트에 새로운 멋의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상업화 성공 10% 못돼 이밖에 맞벌이 부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청정원진육수」, 불황시대 인기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라노스」소형승용차 등은 소비자들의 실생활을 면밀히 분석하고 소비자위주의 상품을 출시해 성공을 거둔 히트상품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히트상품으로 과학기술을 활용한 첨단제품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유무선전화기로 집밖에서도 통화가 가능한 LG전자 「테크폰 900」이 대표적인 사례. 녹음테이프가 필요없는 자동응답방식, 40채널 MCA방식의 혼선방지장치 등을 갖추고 지난해 5월 출시했는데 단일품목으로는 국내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서울이동통신의 무선호출서비스인 「015전자비서서비스」 또한 신기술이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케이스.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말로 보내면 상대방이 글로 전달받는 서비스로 구형의 삐삐시장을 잠식하며 지난 9월 상품출시이후 1만9천여명이 가입하는 쾌속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히트상품에 진입한 이후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정상의 자리를 이어가는 장수성 히트상품들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전자의 「탱크2」 터보입체냉장고는 국내최초로 대금후불제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펴며 불황기미를 보이고 있는 냉장고시장에서 계속적인 매출세를 보이고 있는 중. 94년이후 3년째 히트상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태전자의 「핌코­757V」 역시 잇따른 새 음질개발로 역사깊은 인켈브랜드의 명망을 유지해가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은 조선맥주의 「하이트」, 고급소주시장을 개척한 보해의 「김삿갓」 또한 강력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히트상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품의 품질과 함께 사회적인 기여도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품도 있다. 태평양의 「라네즈EXUV트윈케익」은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인 잔주름·기미·주근깨 등을 방지하는 피부보호제품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은데다 화장품거품가격을 없앤 태평양의 이미지업효과까지 얻고 있어 공전의 히트상품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독특한 문화성 지녀야 태복의 왁스제품인 「샤인업」은 외국산제품 천국이던 국내 왁스시장에 국산돌풍을 몰고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소기업체인 태복은 국산 왁스제품을 자체개발해 백화점·호텔 등으로부터 고품질제품임을 인정받고 국내 정상의 왁스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많은 히트상품이 탄생해 정상의 자리를 주고받는 중이지만 미래의 히트상품은 독특한 문화성을 지녀야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디언 소녀의 모험을 그린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만화영화 「포카혼타스(Pochahontas)」는 영화는 물론 영화인물을 본따 만든 인형시리즈까지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의류에서는 이탈리아·프랑스패션이 세게 정상의 자리를 그대로 지켜가고 있다. 이처럼 나라마다의 고유 문화를 살린 상품이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오랫동안 성공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기업뿐만아니라 정부 또는 전 국민차원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국가문화를 상품에 접목시킬 수 있는 환경과 함께 우수한 상품을 정확히 가려 선별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 안목이 더욱 요망되는 시점이다.<이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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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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