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프로젝트사업부를 7개 자회사로 분할하는 조직혁신을 단행했다. 구글은 전문경영인들이 자회사를 맡아 독립채산제로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고 급변하는 기술변화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구글의 사업재편은 직원 수 5만명을 넘을 정도로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가 "기술산업에서는 적당히 머무르는 것을 불편하게 느껴야 한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사업의 자금흐름 및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시장의 높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40대 창업자들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나 혁신기술 개발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전문경영인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기업 성장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나가겠다는 의지는 본받을 만한 일이다.
한창 잘나가는 구글의 혁신 노력은 국내 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산업계에는 오래전부터 낡은 조직과 관행에 젖어 기술투자를 게을리하고 사업 다각화에만 열을 올리는 이른바 '대기업병'이 만연해 있다. 창업자가 리스크를 떠안기는커녕 기업 지배에 집착하는 바람에 경영권 분쟁이나 벌이고 벤처들은 대기업 흉내를 내다가 안타깝게 무너진 사례가 적지 않다. 그나마 다음카카오가 낡은 시대의 틀을 뛰어넘겠다며 30대 경영자를 발탁한 것이 희망적인 신호일 뿐이다. 구글의 혁신에는 안정적 경영권의 덕택이 크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창업자들은 주당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클래스B만으로 의결권의 60%를 행사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혁신을 이끌고 최적의 지배구조를 만들어가는 실리콘밸리가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