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은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국가보안국(NSA)이 지난 2009년 이후 중국과 홍콩의 표적 수백건에 대해 해킹을 해왔다"고 밝혔다. 스노든은 NSA가 벌인 중국 해킹 작전 관련문서를 SCMP에 공개하면서 "미국은 이미 개별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고도 수십만건의 온라인 통신내용을 엿볼 수 있는 기간통신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노든은 NSA의 해킹망이 외부 네트워크와 내부 전산망을 연결하는 거대한 라우터(router) 장비와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하며 홍콩의 경우 대학과 학생ㆍ기업ㆍ공직자가 표적이었다고 공개했다. 스노든은 NSA의 해킹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민간정보망을 도청ㆍ감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위선을 드러내고 싶었다"며 "난 반역자도 영웅도 아닌 일개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 스노든은 "일단 홍콩에서 계속 머물면서 미국의 범죄인 송환 요청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스노든이 미국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면서 중국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공격 관련 공세를 차단할 명분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7~8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의 사이버해킹 문제를 거론하며 공세를 취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이 자유와 인권이라는 비수로 중국을 찌르고 있지만 스노든과 관련한 미국의 허위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노든의 홍콩 망명 요청에 대한 중국 내 찬반여론도 갈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 인권운동가와 반체제인사들의 정치적 망명처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몽니'를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환구시보는 "홍콩과 미국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었지만 중국의 핵심 이익에 영향을 준다면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으로서도 최근 새로운 대국관계를 선언한 미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악명 높은 인터넷 감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운영하는 중국에 비난의 화살이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편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내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가 7~8일 전국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가 오바마 대통령이 헌법권리를 제대로 수호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최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59%가 NSA의 개인정보 수집을 수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고 도청사실이 없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믿는 미국인은 17%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