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시대의 패러다임/서건일 중기연 초빙연구위원(여의도칼럼)

지금 한국경제는 IMF시대라는 초유의 「새로운 현실」을 맞고 있다. 이 냉엄하고도 곤혹스러운 현실은 우리 스스로가 진작 할 수 있었던 개혁을 잘못 늦추다가 자초한 것이며 그 무능과 실기의 댓가가 너무 크고 한꺼번에 들이 닥쳤다는 점에서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그러나 이젠 어쩔수 없다. 어쨌건 다시 일어서야 하며 그 위기와 고통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감추거나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IMF 체제가 던져주는 교훈적 의미는 그동안 우리가 해왔거나 옳다고 믿어온 과거의 관행과 방식으로는 더이상 우리 경제를 지탱해 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30여년간의 고속성장에서 비롯된 거드름과 방만, 과신, 과대포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며 또한 참담한 결과를 낳는가를 이번 IMF 위기경제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가 과거 성장신화시대의 경제모델과 틀에 집착하고 있는 동안 세계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보더리스 이코노미화, 정보화의 물결에 휩싸여 양적확대, 질적 심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치경제지도자들은 격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읽거나 타지도 못하고 계속 편하고 쉽게쉽게 가려고만 했다. 바깥 세상이 어떻게 변하건 기득권의 확보경쟁에 연연한 나머지 과거의 버릇과 한국식 잣대로만 세계시장을 재단하고 역행하려다 드디어 험한 꼴을 당한 것이다. 말이 좋아서 IMF 구제금융이니 긴급지원이니 하지만 국제경제환경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무지와 무능에 대한 세계시장의 처벌에 다름아니다. 차제에 우리 기업과 국민들도 물론 책임과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모든 궁극적 책임은 개혁과 구조조정, 경제운용에 실패한 정부에 있다. 우리는 이번의 외환위기를 통해 국제 금융자본이동의 급증확대와 공룡화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움직이는 국제자본의 유동성이 어떻게 각국 경제를 뒤흔들수 있으며 거대 국제투기자본의 위력에 한국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바로 경험했다. 그런면에서 일찌감치 글로벌 경영에 눈돌려 첨단산업의 다국적화, 제조업의 플랙시불화, 정보통신의 고도화등을 이룩한 기업은 행복하다. D그룹의 K회장같은 기업인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고용을 늘리는 수많은 중소벤처기업 역시 축복을 받을만하다. 그들은 이 시대의 슈퍼스타들이기 때문이다. 세계화에 대한 국가비전과 리더십이 결여된 상황에서 지난날 고도성장을 매개했던 내셔널리즘적 경제개발의 한계와 굴레에서 탈출, IMF시대의 패러다임을 앞서 열어간 사람들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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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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