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업 80% "화평법 과징금 부당… 차등·단계별 부과 필요"

국민경제자문회의 토론회<br>"집행임원제 도입 여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현정택(왼쪽)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17일 서울 마포 상암동 중소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제정으로 매출액의 최대 5%까지 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에 대해 80%에 이르는 기업이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평법 제정에 따라 기업에 재정적 부담이 생긴다는 응답도 70%를 넘어 과잉입법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 위축에 대한 우려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과징금 수준이 기업의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책정돼 있는 만큼 사고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차등부과하거나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기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국민경제자문회의와 산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제조업체 304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유해물질 누출사고 발생시 사업장 매출액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화평법 규정에 대해 '대단히 불합리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38.8%로 가장 많았고 '다소 불합리하다'고 답한 기업도 38.5%에 달해 전체의 약 80%가 과징금 수준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특히 중화학업체들의 걱정이 컸는데 금속제품업체들의 경우 '대단히 불합리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70.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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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법 제정이 경영활동에 미치는 재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상당한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 25%를 차지했고 '매우 큰 영향이 있다'고 답한 기업도 11%였다. '약간의 영향이 있다'는 응답도 40%에 달해 전체적으로 보면 70%가 넘는 기업이 화평법 제정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리적인 과징금 수준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0.5% 미만'을 선택한 기업이 56.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화평법의 과징금 부과기준 가이드라인을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협 서울대 교수는 "사고의 영향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차등부과하거나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광림 지속가능경영원 경영전략실장도 "피해가 경미한 경우 과징금 수준이 낮아질 수 있도록 설정하고 영업정지 처분도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만 명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 제정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집행임원제도 의무화 등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집행임원제란 기업의 업무 집행과 감독을 분리하는 것으로 상법 개정안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이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집행임원제가 의무화된다면 총수는 집행이사가 아닌 감독이사회의 의장이 돼 경영 실무에서 참가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총수의 사익 추구에 대한 견제를 넘어 정상적 경영까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최완진 한국외국어대 교수도 "집행임원제 의무화는 경제민주화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도입 여부를 지금처럼 주주와 기업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집행임원제는 회사가 아닌 지배주주에 충성하는 고위임원의 유인구조 왜곡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현행법 체계에서는 미등기 고위임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업무 진행 지시자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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